[비즈&피플] 이여영 대표 “막걸리와 한식의 만남, 맨해튼도 녹일 것”

입력 2016-09-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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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영 (주)월향 대표가 올 초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월향 광화문점에서 매장 점심 시그니처 메뉴로 인기 높은 전복솥밥을 소개하고 있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뉴욕타임즈가 꼽은 서울 핫플레이스 (주) 월향 이 여 영 대표

뉴욕타임즈 국제판의 주말섹션이 서울에서 36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밤 9시 필수 방문코스로 꼽은 곳. 월스트리트 저널이 서울 명소를 정리하면서 추천한 핫플레이스. 모두‘월향’에 대한 이야기다.‘월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렴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술로 여겨지던 막걸리를 한식 일품요리와 결합, 트렌디하고 고급스런 주류로 끌어올려 주목을 받는 한식 전문점이다. 이태원, 여의도, 광화문 등에 매장이 있는‘월향’은 (주)월향 이여영 대표(35)의 작품이다. 이여영 대표는‘월향’과 함께 와인포차‘문샤인’도 이태원, 대학로, 홍대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식의 고정관념을 깬 신선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사업추진력으로 외식산업의‘영 리더’로 떠오른 이여영 대표를 만났다.


클라우드 펀딩, 적극적인 고객 확보
현재 홍콩·맨해튼 등 해외진출 준비
최종 목표는 외식산업 전문 플랫폼


-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월향과 문샤인 모두 달과 관련된 이름이라 특이하다.

“외식업체를 운영하지만 나는 요리 전문가인 셰프는 아니다. 그런 재능 있는 분들의 빛을 밖으로 비쳐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해 월향으로 지었다.”


- 외식업체는 대개 브랜드나 업소 수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주)월향은 다른 것 같다.

“한식을 주 테마로 다루는 외식업체로 월향과 문샤인을 운영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외식산업 전문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이다.”


- 외식산업 전문 플랫폼이란 말이 조금 생소한데.

“재능과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본이 없는 요리사, 좋은 식재료를 갖고 있으나 유통시킬 판로가 없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키우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월향 매장에서 쓰는 서산 쌀을 월향미란 이름으로도 판매하는 것이 그런 구상의 한 예다.”


- 이 대표는 기자 출신이란 전력이 꽤 유명하다.

“이 일을 한지 8년째고, 기자경력은 3년 정도이니 주목받을 정도로 대단한 변신은 아니다. 조직생활이 잘 몸에 맞지 않았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회의도 들었고…. 사업을 하게 된 것은 생계를 위한 어떨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까.”


- 그래도 기자에서 막걸리 주점 운영으로 변화는 파격적인데.

“예전 막걸리 취재를 할 때 만났던 분을 도와주면서 이 분야에 발을 디뎠다. 대형마트에 납품하려다 잘 안돼 고민하다 직접 팔자고 생각했다. 마침 나 자신이 술을 좋아하니, 아예 술집을 차리면 어떨까 싶어 2010년에 서울 홍대에 월향 1호점을 오픈했다.”


- 홍대점은 문을 닫았지만, 새로 문을 연 광화문 여의도 등의 매장은 콘셉트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고급스럽고 우아해졌다고 할까.

“홍대 월향과 광화문 월향은 같은 브랜드지만 콘셉트는 다르다. 전자가 학사주점의 모던화였다면 후자는 한식 파인다이닝의 돌연변이 같은 느낌이다. 광화문 월향은 클래식하고 전통적이다. 좋은 재료를 고집하고 전문 셰프가 조리한다. 이전에는 전문 셰프가 없었다.”


- 올 초 광화문 월향을 오픈할 때 클라우드 펀딩을 했다. 대기업과의 제휴나 펀드 등 다른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었을텐데.

“오사카점이 세 들었던 건물주가 자수성가로 성공한 분인데, 그가 늘‘장사는 혼자 가야한다’고 했다. 대기업이나 다른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클라우드 펀딩은 자본적인 측면 보다 새로운 시장의 개발이란 면이 더 크다.”

밤 9시에 방문할 핫 스팟으로 ‘월향’을 추천한 뉴욕타임즈 ‘서울에서의 36시간’. 스포츠동아 DB



- 새로운 시장이라면….

“우린 고객 충성도가 유난히 높다. 나는 월향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준 높은 고객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신규시장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아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우리 가게에 주인의식을 가진 고객을 확보하고자 했다.”


- 그런 과정을 거쳐 문을 연 광화문점에 만족하는가.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는데 6개월 넘게 고생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젊어 성취감과 도전의식이 강하다. 그런 맨파워가 있다는 것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지금은 매출, 서비스 메뉴 등에서 구상했던 기준에 85% 정도 도달했다. ”


- 한식의 세계화라는 말이 꽤 오래전부터 화두처럼 나오는데 공감하는가.

“단순한 대의명분이나 사명감만으로 가능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외식산업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버렸으면 좋겠다. 일식이 한식보다 세계에서 더 주목받고 인기 있는 것이 외식업계의 죄는 아니다. 나라의 경제력, 국력의 차이가 결국 음식 트렌드에서도 작용한다.”


-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거나 준비 중인 분야가 있다면.

“외식업 종사자로서 한국시장은 너무 작다. 해외로 진출하고 싶다. 오사카 점을 4년간 운영하다 한일관계 악화로 접었는데, 현재 홍콩, 미국 맨해튼 등에 진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한 기업공개도 생각하고 있다. 법인을 새로 새워서 벤처로 기업의 영역을 바꾸고 싶다.”


● 이여영 대표

▲ 1981년 부산 출생. ▲ 부산 성일여고, 서울대 바이오소재 공학과 졸업 ▲ 헤럴드미디어,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2008년 서울 홍대에 ‘월향’ 첫 오픈 ▲ 현재 (주)월향 대표 ▲ 배우자 :‘정식당’ 오너 셰프 임정식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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