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구자준 총재 “배구 콘텐츠 업그레이드…이것이 바로 확실한 팬 서비스”

입력 2016-09-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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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에 취임한 구자준 KOVO 총재는 지난 4년간 부지런히 달려왔다. 임기 마지막 시즌인 올 시즌엔 배구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해 확실한 팬 서비스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구 자 준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

수준 높은 TV중계시스템·인포그래픽 등
재미있는 배구 위한 콘텐츠 고급화 노력

이번 시즌 관전포인트는 스피드·토털배구
용병 비용 절감·국내선수 육성 기틀 마련


한국배구연맹(KOVO) 구자준(66) 총재의 말(言)에는 맛이 있다. 찰지고 기름기 자르르한 흰 쌀밥으로,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난다. 듣는 사람을 스르르 빠져들게 하는 그런 단맛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비빔밥이다. 주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그와 마주 앉은 대화의 첫 주제는 보험업황을 비롯한 국내 경제였고, 한참을 지나 인터뷰의 목적인 배구로 돌아오는가 싶더니만 다시 사회와 정치 문제로 빠졌다. 멍하니 있다간 정신줄 놓치기 십상이다. 그런데 나름 리듬을 타는 그의 화술 덕분에 주제별 색깔은 뚜렷했다. 그래서 비빔밥에 어떤 나물이 들었는지, 맛이 짠지 싱거운지는 구분이 갔다. 화제가 배구로 돌아오는 순간, 붙들어 매면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KOVO컵(22일 개막)을 시작으로 배구시즌이 본격 개막한 가운데 올 시즌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구 총재는 “지난 시즌 최고 화제는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스피드배구와 여자부 현대건설의 토털배구였다. 이번 시즌은 많은 팀들이 스피드배구와 토털배구를 추구하거나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부분이 이번 시즌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고 했다. 아울러 “외국인선수의 평준화로 각 팀마다 국내선수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배구연맹 구자준 총재.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OVO가 올 시즌 중점으로 잡은 목표는.

“프로배구라는 콘텐츠의 고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경기가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경기 외적으로 수준 높은 TV중계시스템, 인포그래픽 등 다양한 배구콘텐츠 개발, 구단의 팬 서비스 강화 등 연맹과 구단 등 모든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콘텐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유소년배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의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 모든 구단 및 대학, 고교 등 현장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지만 연고를 중심으로 한 구단의 유소년 클럽팀 운영, 드래프트를 통한 학교지원금의 분배를 초등학교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일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소년배구교실에 연간 5.5억원을 투입해 33개 학교 9천여명의 학생에게 배구의 재미를 가르치고 있다.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프라구축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자부의 트라이아웃이 이뤄진 게 올 시즌 두드러진 부분인데, 배구인들 사이에선 어떤 평가가 나왔나?

“실제로 경기를 치러보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평가는 없었지만 현장에서는 크게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 시즌 여자부에서도 느꼈지만 외국인선수를 활용하는 다양한 전술이 나왔고, 이에 따라 팀 성적도 갈렸던 것 같다. 남자부도 이전과는 다른 외국인선수의 활용방안이 나올 것이다. 외국인선수의 팀 적응도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실력을 떠나서 새로운 문화와 팀 컬러에 맞춰 외국인선수가 팀에 녹아들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국인선수의 평준화에 따라 국내선수의 활약이 중요해지고 더불어 국내선수들의 실력향상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7월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배구클럽 교류전이 있었다. 대회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중국과의 교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일본의 경우엔 한일 탑매치 등을 통해 꾸준히 교류해온 반면 중국과의 교류는 몇 차례 시도했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중일 삼국의 배구가 꾸준히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장기적으로 동북아 배구발전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대회를 정례화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리우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아쉽게 4강 진출에 실패한 뒤 김연경은 한국배구가 발전하려면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 경험을 많이 쌓아야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의견이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 리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분명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여자배구는 근본적으로 선수가 부족한 상태다. 선수들이 무분별하게 해외진출만을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다. 진출하고자 하는 리그를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한 후에 진출해야한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해외리그 진출만을 바라본다면 국내리그가 약화되는 악영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 판단해야한다. 연맹도 제도적으로 프로 4시즌(고졸 5시즌) 이후엔 해외진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실력을 스스로가 확실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구 총재는 남자배구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남자배구는 리우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구 총재는 “신장 등이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열세이니까 스피드나 토털배구로 가야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시작한다. 너무 늦었다”면서 “우리가 일본보다 신장이 큰 데도 고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한국배구연맹 구자준 총재.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이 재발해 어수선하다. 프로배구는 안전지대인가?

“안전지대는 어디에도 없다. 저희 리그도 한차례 승부조작으로 인한 큰 파도가 지나갔다. 이후 선수뿐만 아니라 많은 관계자들이 교육을 통해 승부조작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있다. 저희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크게 느낀 적이 있었는데, 예전에 승부조작으로 징역을 살았던 선수들이 출소해 다시 저희 선수들을 협박하며 접근한 일이 있었다. 이때 선수들이 당황하지 않고 구단과 연맹에 빠르게 신고해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사전에 차단했던 일이 있었다. 이처럼 승부조작에는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 지속적으로 선수 및 관계자들을 교육하고 경기를 모니터링하며, 신고·포상제도 등을 통해 모두가 경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찾고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 무엇보다 선수 개개인 스스로가 승부조작이라는 마수에 빠지지 않도록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개 팀이 더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다. 창단 움직임이 있나?

“취임하고 약속한 7구단 창단은 현실이 됐다. 짧은 시간에 남자부 8구단은 쉽지 않다.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구체화된 무언가는 없지만 분명히 긍정적으로 창단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안다. 8구단이 창단된다면 경기일정, 연고지역 광역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되며 이를 통해 리그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여자부는 창단보다는 유소년 등 인프라 구축에 더 노력하고자 한다. 내 임기가 한 시즌 남았는데, 임기를 끝내기 전에 꼭 좋은 소식을 전하고 떠나고 싶다.”


-2017∼2018시즌부터 남녀경기의 일정을 분리하기로 했다. 어떤 효과가 있나.

“우선 여자구단들이 조금 더 다양한 팬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 그리고 남녀 모두 경기 시작시간이 앞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도 도움이 되고, 경기력 향상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여자구단들이 마케팅 및 홍보활동을 강화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

2012년 11월에 취임한 구 총재는 위탁 관리 구단이던 드림식스(전신 우리캐피탈) 배구단을 우리카드에 매각해 해체위기의 구단을 존속시켰고, 신생팀 창단(러시앤캐시)을 이뤄냈다. 또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 변경(트라이아웃)을 통해 구단의 비용 절감 및 국내선수 육성의 기틀을 마련했고, 유소년 사업 강화에 역점을 뒀다. 이런 점들이 호평을 받았다. 연맹 내부적으로는 타이틀 스폰서십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재정 안정화에 기여했다. 이제 임기 마지막 시즌이다.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구 총재는 “가장 관심이 가는 게 배구 콘텐츠다. 관중들이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배구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해야한다. 이것이 바로 확실한 팬 서비스다”라고 강조했다.


구자준 총재

▲1950년 3월 5일 출생
▲경기고∼한양대 전자공학 학사·미주리대 전자공학 학사∼한양대 경영학 명예박사
▲LG화재해상보험 대
표이사 사장,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회장, LIG손해보험 상임고문
▲한국배구연맹 총재(2012.11∼)


최현길 스포츠2부 부장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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