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혁 “이래 봬도 유학파…럭셔리 캐릭터 한번 해야죠”

입력 2016-10-1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든든한 웃음을 주는 장내관 역의 이준혁. 시청자들에 아직 낯선 이름과 얼굴이지만 참여한 영화 편수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출연장면을 다 모아도 한 편이 안 될 것”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구르미 그린 달빛’ 장내관 이준혁

매번 범죄자·거지…‘구르미’선 내시 역
보검이와 유정이 덕에 사람들이 알아봐
이제 분량 욕심 생겨…더 타오르고 싶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 김유정과 함께 연기하며 유쾌한 웃음을 주는 배우 이준혁(44). 많은 시청자에 이름은 물론 얼굴 자체가 낯설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꽤 맛깔스럽고 부드러워서 편안하게 시청하게 만든다는 평을 듣는다. 실제로 연기력을 호평하는 목소리를 이곳저곳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박)보검이와 (김)유정’ 기차에 무임승차했다. 하하!”

그리고는 “단역을 오래 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빨리 익히는 기술을 습득한 덕”이라며 “저 스스로가 편해야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잠깐의 출연이더라도 사람들과 융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습관의 결실이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맺어졌다. “잘 생기지도 않”고 “쉽게 잊혀질 얼굴이 아니”라 한복을 벗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고 한다. 이준혁은 “대부분 얼굴을 보고도 긴가민가하지만(웃음) 제 이름이 불리게 된 첫 작품”이라고 의미를 뒀다.

이외에도 이름이 알려진 것에는 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준혁은 2000년대에 영화에서 줄곧 단역을 맡았다. 간혹 주연으로 나선 작품은 독립영화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2013년부터 출연한 드라마에서도 주로 조연이었고, 지금과 같은 대중의 관심은 먼 이야기였다.

“이름이 알려짐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상업적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선택받는 직업을 가졌기에 어쩔 수 없다.”

연기자 이준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준혁은 30대 후반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까닭일까. 데뷔 시기의 “늦고 빠른 기준”이 없다. 30대 초반인 2006년에는 프랑스에서 마임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에 1년 반 동안 몸담았다. 아내와 9년간 연애하고 결혼한 뒤 프랑스로 홀로 떠났다가 첫 아이 출산 직전에 돌아왔다. 이민도 고려했지만, 둘째와 셋째가 태어나면서 연기에 마음을 굳혔다.

초반에는 마임을 특기로 살려 연기를 지도했다. 영화 ‘늑대소년’(2012)에서 늑대인간을 연기해야 하는 송중기와 함께 동물원을 방문해 늑대의 움직임을 알려줬고, ‘미스터 고’(2013)에서는 고릴라의 행동을 전수했다. 이제는 동물이 아닌 사람을 연기해 주목받고 있다.

흔히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있다. 이준혁은 “노 저어서는 안 된다. 모터보트라도 타고 달려야하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현재 영화 ‘신과 함께’ 촬영 중이며, 각종 드라마와 영화 출연 제의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

이준혁은 “저를 의심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못할 때, 자신의 연기에 확신이 서지 않는 순간이 가장 무서울 뿐이다. 자신감이 조금씩 쌓이면서 목표도 세웠다.

“이래 봬도 유학파이지 않나. 하하! 매번 범죄자, 거지를 연기했는데, ‘럭셔리’한 캐릭터도 한번 해보고 싶다.”

이준혁은 뜨겁게 끓고 싶다. 그동안 참여해온 작품에서 분량은 많지 않아 제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지 못했다. “언제나 저는 70도에서 끝났다”며 물이 100도에서 끓는 것처럼 자신도 뜨겁게 타오르길 바랐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