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431일 만에 레버쿠젠 찾은 손흥민, 스스로 가치 입증

입력 2016-10-19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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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24·토트넘). 스포츠동아DB

-레버쿠젠 팬들의 야유에도 의연하게 대처
-영어·독어·한국어로 능수능란하게 인터뷰
-득점 없이 비긴 경기…손흥민은 반짝반짝


정확히 431일이다. 손흥민(24·토트넘)이 레버쿠젠의 홈구장 바이 아레나 그라운드를 다시 밟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해 8월 호펜하임과의 독일 분데스리가 2015~2016시즌 개막전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으로 갑작스레 이적했던 손흥민이 1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친정팀을 방문했다. 그는 토트넘의 승리를 위해 다시 레버쿠젠 땅을 밟았고, 그 때보다 더 성장해 있었다.

사실 독일은 손흥민에게 의미가 큰 나라다.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에 선발된 장학생 신분으로 함부르크에 입단했다. 그 곳에서 기초를 갈고 닦은 손흥민은 2012~2013시즌 12골을 터트리며 주목을 받았다. 레버쿠젠에선 2013~2014시즌 12골, 2014~2015시즌 17골을 뽑으며 에이스로 부상했다. EPL에 발을 디딘 2015~2016시즌에는 활약이 미미했지만, 올 시즌에는 5골·2도움으로 단연 돋보이는 가운데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이 달의 선수(9월)’까지 거머쥐었다.

19일(한국시간) 2016~201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E조 3차전 레버쿠젠 원정경기는 손흥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와 같았다. 0-0으로 비긴 이날 경기 전부터 그와 관련된 보도는 끊임이 없었고, 경기 후에는 인터뷰 대상 1호가 됐다. 지난 시즌 라치오(이탈리아)와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때도 독일 언론은 레버쿠젠의 본선 진출보다 손흥민의 이적 관련 보도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손흥민은 이날 레버쿠젠전을 마친 뒤 양 팀 선수들과 감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인터뷰를 했고 영어, 독일어, 한국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답했다. 분야를 불문하고 해외유학에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언어장벽’이다. 게다가 손흥민은 운동과 언어, 두 가지를 모두 소화해야 하기에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언어장벽을 깨부쉈고, 어렵기로 소문난 독일어를 원어민 못지않게 구사한다.

실제로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동안 손흥민은 인터뷰는 물론 팀 동료들과의 의사소통, 감독과의 전술논의, 훈련 등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에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날 그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진 것도 독일어, 영어, 한국어를 가릴 것 없이 자유자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 옛 동료 베른트 레노(24·레버쿠젠)는 손흥민에게 웃으며 장난을 거는 등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줬다. 손흥민 또한 경기 도중 자신을 비난한 레버쿠젠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한편 인터뷰 때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오늘 내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했다”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아울러 그를 응원하기 위해 오랜만에 바이 아레나를 찾은 한국인들의 행렬도 인상적이었다. ‘손흥민 특수’로 북적거린 바이 아레나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며 세계적 선수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비판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 실력도 더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다른 노력들도 손흥민은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착실하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손흥민이 독일과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는 특급 스타로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레버쿠젠(독일) | 윤영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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