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나성범과 부서진 헬멧, ‘나스타’의 KS는?

입력 2016-10-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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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나성범은 24일 LG와 PO 3차전 연장 11회초 잠실구장 우중간 가장 깊은 곳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타구를 날렸으나 LG 중견수 안익훈의 호수비에 잡혔다. 극심한 부진에 화가 난 나성범이 헬멧을 내동댕이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NC 나성범(27)의 헬멧은 부서져 있었다. LG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도 그대로 그 헬멧을 쓰고 나갔다. 부진에서 탈출하겠다는 간절함과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기어코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감을 잡을 수 있는 2안타를 때려냈다.

나성범은 시즌 막판부터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록만 봐도 전반기 타율 0.332·16홈런·71타점에서 후반기 타율 0.282·6홈런·42타점으로 주춤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PO를 앞두고 나성범을 키플레이어로 꼽으면서 “시즌 막판에 밸런스가 흐트러져 거의 정상적인 타격을 못했다. 빨리 이겨내야 하는데 그게 최대 관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PO 1차전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하긴 했으나, 정상적인 타격감이 아니었다. 2차전(3타수 무안타)과 3차전(6차전 무안타)에서 침묵하면서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3차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1회 2사 1·2루에서 잠실구장 우중간 가장 깊숙한 곳으로 장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LG 중견수 안익훈의 호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영웅이 될 기회가 날아갔다. 나성범은 이보다 중심타자로 역할을 할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2루 앞에서 헬멧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나성범은 순간 후회를 했다. 그는 “(나에게) 너무 화가 나서 프로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 뒤늦게 후회했다. 숙소에서 그 영상을 수십 번 봤다. 순간적으로 너무 흥분한 것 같다”며 자책했다.

부서진 헬멧을 그대로 4차전에 쓰고 나간 그는 절치부심한 끝에 멀티히트(5타수 2안타)로 감을 끌어올렸다. 나성범은 “점수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뒤(7회초 4-1)에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전에 중요할 때 쳤어야 했다. 아직 슬럼프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나온 안타가 내겐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나성범은 NC가 만든 ‘프랜차이즈 스타’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NC가 창단한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된 나성범은 메이저리그의 러브콜까지 있었던 촉망받는 왼손 강속구투수였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제안으로 타자로 전향했고, 타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3할·20홈런·100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 감독과 NC가 나성범을 외야수로 키운 건 매일 경기에 나서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NC는 나성범을 띄워 구단 마케팅 일선에 세웠고, 그 효과를 봤다. 나성범은 데뷔 첫 해 퓨처스리그(2군) 참가를 포함해 5년차 시즌에 KS 무대를 밟게 됐다.

PO 4차전 종료 후 그는 “한국시리즈라니 처음이라 믿기질 않는다. 멍하다. 처음으로 올라가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웃었다. 그래도 신생팀의 창단멤버로서 누구보다 뿌듯함이 컸다. 나성범은 “우리가 정규시즌 땐 강팀이었지만, 큰 무대에서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2년 연속 실패를 했고, 올해도 (이)재학이가 빠지는 등 물음표가 컸다. 모두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내가 부족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지만, 수비만큼은 박수쳐줄 수 있을 것 같다”던 그는 “두산엔 좋은 투수들이 많다. 한국시리즈에선 꼭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고 결정적일 때 해결하는 역할을 해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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