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우리새끼’②] 남의 집 아들 잔소리를 TV로 보는 묘한 재미

입력 2016-10-28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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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새’가 떴다 ②] 남의 집 아들이 들을 잔소리를 TV로 보는 묘한 재미란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의 장르를 굳이 정의하자면 일종의 육아 예능인 동시에 약간 비틀린 관찰 예능에 속한다.

이 작품은 마치 MBC '나 혼자 산다'처럼 밖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이지만 혼자 있는 공간에서만큼은 너무나 평범한 아들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만나라는 여자는 안 만나고 술 좋아하고 게임에 골몰하는 모습이나 방 정리를 못해 쩔쩔 매는 모습은 이들을 연예인이 아닌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들로 바꿔 놓는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나 혼자 산다’와는 전혀 다른 개체가 등장하면서 ‘미우새’는 독창성과 차별성을 얻는다. 바로 이 아들을 낳고 기른 어머니의 등장이다.

‘미우새’ 속 아들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어 본 이들이다. 김건모는 앨범 판매량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운 사람이고 토니안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H.O.T 멤버였던 인물이다. 그런데 스튜디오에 등장한 어머니들 눈에는 그저 철딱서니 없는 아들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부모 앞에서 자식은 그냥 애라는 말이 이렇게 예능을 통해 증명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속마음(a.k.a 잔소리)은 거침없는 입담을 거쳐 예능이 된다. 또한 아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MC들이나 어머니들에 의해 평가될 때 펼쳐지는 작은 신경전 역시 ‘미우새’의 또 다른 볼거리다.

'미우새'는 이렇게 혼자 사는 아들과 이들을 일상을 보고 때로는 충격 받고 아들의 속마음에 눈물짓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부모-자식 세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다.

분명 ‘미우새’는 큰 틀에서 보면 그동안 예능계에 수없이 등장했던 관찰 예능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은 이 관찰 예능에 어머니의 시선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섞어 넣어 웃음과 감동 코드를 동시에 잡아냈다. ‘미우새’는 생각을 조금 비튼 것만으로도 이토록 새로워 보이는 예능을 탄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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