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넥센과 SK의 같은 지향점, ‘프런트야구’

입력 2016-11-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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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장정석 감독-SK 힐만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SK와 넥센은 포스트시즌 경기가 없던 지난달 27일, 나란히 새 사령탑을 발표했다. 가을잔치를 피해 조용히 새 감독 선임을 발표한 두 팀은 나란히 ‘파격적’인 선택을 해 주목받았다. SK는 KBO리그 통산 2번째 외국인감독(재일교포 제외)을 선임했고, 넥센은 코치 경력이 전무한 프런트를 감독에 앉혔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다른 선택을 한 두 팀이지만, 결국 같은 생각에서 출발한 감독 선임이었다. 같은 지향점 속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두 팀 모두 ‘메이저리그식 프런트야구’를 원하고 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감독으로 SK는 미국과 일본에서 지도자로 활동한 트레이 힐만을, 넥센은 장정석 전 운영팀장을 선택했다.

최근 들어 KBO리그에는 프런트야구를 원하는 팀이 많아지고 있다. 감독에게 많은 권한을 줬던 과거에서 탈피해 계약기간이 한정된 ‘임시직’ 감독보다는 구단의 장기계획에 따른 ‘연속성’을 추구하거나, 이를 정립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SK는 그토록 ‘시스템’을 울부짖었던 팀이고, 넥센은 1, 2군의 완벽한 분리와 육성을 위한 2군 외국인 코칭스태프 포진 등 변화를 추구해왔다. 두 팀 모두 기존 구단을 거울로 삼기 보다는 메이저리그 팀들을 본보기로 삼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힐만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에서 우승 경력이 있어 아시아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하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일 프로야구 감독 외에도 10년 넘게 마이너리그 감독 생활(1990~2001)을 한 인물이고, 프런트 경력(2002년 텍사스 육성이사, 2014년 뉴욕 양키스 육성담당 특별보좌역)까지 있다.

힐만은 SK가 지향하는 프런트야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 인물인 셈이다. 무엇보다 현장과의 철저한 구분을 통해 프런트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따른 마찰을 줄일 수 있다. SK가 당초 데려오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진 염경엽 전 넥센 감독 역시 이미 넥센에서 이러한 식의 역할구분에 익숙했던 인물이다.

넥센은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도 시즌 중에 떠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염 전 감독으로 인해 갑작스레 감독을 선임하게 됐다. 실질적 구단주인 이장석 대표이사는 아예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잦아진 코치 경력 없는 프런트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길을 따랐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매서니 감독이나 디트로이트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 밀워키의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 등이 코치를 경험하지 않고 프런트에서 곧장 감독이 된 현역 사령탑들이다. 부임 직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매서니 감독처럼 크게 성공한 사례도 있다. 물론 최악의 경우도 있다. 지난해 시즌 도중 마이크 레드몬드 감독을 경질하고 댄 제닝스 단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가 쓴맛만 보고 시즌 후 짐을 쌌다.

메이저리그에선 유능한 벤치코치를 영입하는 등 현장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넥센 장 신임감독도 운영팀장으로 팀 내부 사정을 잘 안다고 하지만, 떨어지는 현장 감각 보완이 관건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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