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랙핑크, 카리스마 걸그룹과 수줍은 소녀의 사이

입력 2016-11-0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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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는 베일에 싸인 그룹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걸그룹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데뷔 당시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또 성적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둔 블랙핑크였지만, 이런 관심과는 반대로 대외 활동이 극히 드물었다.

실제 데뷔 이후 블랙핑크가 보여준 활동은 데뷔 당시 기자간담회와 음악 방송 출연을 제외하곤 전무하다시피 했으며, 그나마 기자간담회마저도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프로듀서가 동석해 거의 모든 대답을 대신했다.

심지어 정규 방송 아닌 인터넷 개인 방송인 V 라이브도 티저와 뮤직비디오, 댄스 퍼포먼스, 비하인드 영상이 전부로, 라이브 방송은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수많은 신인 그룹이 한번이라도 더 방송에 얼굴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걷는 블랙핑크와 YG엔터테인먼트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요즘에 신비주의가 웬말이냐.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자주 볼 수 있게 해달라’라고 불만이 터져 나올만 했다.

블랙핑크 제니, 사진=YG엔터테인먼트


하지만 2일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직접 블랙핑크를 만나 보니, 그동안 YG엔터테인먼트가 왜 이들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블랙핑크에게는 무대 위에서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당돌한 소녀의 모습은 일체 찾아볼 수 없었고, 단지 질문 하나하나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수줍은 소녀만이 남아있었다.

심지어 제니는 “데뷔 이후 가장 긴장된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이 제일 긴장되고 떨린다. (양현석) 사장님 없이 우리끼리 나온 (공식적인)자리는 오늘이 처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YG엔터테인먼트가 일부러 신비주의 콘셉트를 밀어붙인 게 아니라, 정말로 이전까지는 블랙핑크 멤버들 자체가 방송과 언론 앞에 나설 마음가짐과 자세, 준비가 덜 됐던 셈이다.

회사 측에서는 이런 블랙핑크의 모습을 조마조마한 심경으로 지켜보았을 테지만, 무대 위의 카리스마 넘치는 블랙핑크와는 전혀 다른 이들의 모습은 은근한 반전매력마저 선사했다.

지수는 “우리가 노출이 잘 안되니까 그런 걸 많이 못 보여준 거 같다”라며 “촬영할 때도 사람들이 ‘무대에서 볼 때 세 보이고 그랬는데 직접 보니 애 같다’고 그런 말을을 많이 한다. 그러다가 무대에서 또 그렇게 하니까 다들 놀라더라”라고 웃었다.

블랙핑크 지수, 사진=YG엔터테인먼트


또 제니는 “지수 언니가 가장 큰 반전이 있다. 평소에는 개그도 많이 치고 장난도 많이 치고 게임도 좋아하는 털털한 성격이다. 무대에서 바뀌어서 그런 센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색깔 같다”고 말했고, 지수는 “평소에는 우리도 서로 그런 (무대 위)모습을 못 본다”라며 웃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노출 없이 감추려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으로, 블랙핑크 멤버들은 이번 ‘SQUARE TWO’부터는 보다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미 지난 1일 MBC 에브리원의 ‘주간아이돌’의 녹화를 마치며 데뷔 이후 첫 예능 출연을 마쳤다.

블랙핑크의 멤버들은 “첫 예능 출연인데, 그동안 우리가 많이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떨렸다. 심지어 제니는 말하는데 입술이 떨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지수는 “정형돈 선배님과 데프콘 선배님이 우리를 위해 많이 노력 해줬다. 계속 격려해주고 분위기를 풀어줘 열심히 했다. 없는 개인기를 쥐어 짜내서 하기도 했다”고 첫 예능 후기를 밝혔다.

또 제니와 지수는 “아직은 우리가 신인이라 실수를 할까봐 (회사에서)감싸주는 거 같다”면서도 “아직 음악 방송 외에 예능은 정해진 게 없다. 그래도 앞으로 활동 많이 해야 한다고 얘기했으니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더 활발한 활동을 약속했다.

아직 예능이나 방송이 어색하고 긴장되는 멤버들이지만 음악과 퍼포먼스에서 만큼은 확실히 자신감이 있었다.

블랙핑크 리사, 사진=YG엔터테인먼트


로제는 “방송 화면을 통해 퍼포먼스를 보는건 데뷔하고 나서 처음이었는데, 많이 배우고 부족한 점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컴백은 더 긴장이 되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전에는)화면에서 어색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더 자신감 있게 준비한 걸 보여주려 한다”라고 컴백 활동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이번 싱글의 ‘불장난’과 ‘STAY’의 매력 포인트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지수는 “‘불장난’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준비한 노래다. ‘퍼포먼스와 잘 어울리네’ 하는 평을 들었으면 좋겠다. 또 ‘STAY’는 처음 선보이는 어쿠스틱 발라드 곡이다. ‘이런 노래도 블랙핑크와 잘 어울리네’ 하는 평을 들었으면 한다”라고 어떤 장르든지 소화할 수 있는 블랙핑크를 약속했다.

블랙핑크는 “우리 팀 이름처럼 여러 가지 색깔을 찾아볼 수 있는 게 강점이지 않을까싶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노래를 가지고 나와도 사람들이 믿고 관심을 가질 그룹이 되고 싶다”라고 자신들의 목표를 밝혔다.

알려졌다시피 블랙핑크는 오랜 기간의 담금질 끝에 데뷔한 그룹이고, 그사이 우여곡절도 많다.

일례로 블랙핑크 멤버 중 가장 처음 존재가 드러났던 제니는 “처음 내 사진이 공개되고 기사를 본게 거의 5년 전이다. 그때 우리가 데뷔를 하는 구나 생각했는데, 하나씩 미뤄졌고, ‘아닌가 보다’라고 지낸 게 5년이 됐다. 그러다가 팀이 구성되고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면서 마음이 놓였다”라고 힘겨웠던 준비기간을 털어놓았다.

블랙핑크 로제, 사진=YG엔터테인먼트


비슷한 시기에 사진이 공개된 지수는 “같이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그 이후 난 활동을 1~2년 해서, 1~2년은 양호하게 지냈던 거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제니와 지수는 “데뷔전에는 그룹명 후보로 ‘핑크펑크’가 있었고 ‘베이비 몬스터’ 있었다”며 “제일 충격적이었던 게 ‘매그넘’이었다. 그 이야기 듣고 무슨 변신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우리 맞아요? 걸그룹 이름 맞아요?’라고 바로 반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즉, 아직까지는 사람들의 눈에도 스스로도 어색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블랙핑크지만, 긴 시간과 에피소드를 쌓아가며 치열한 경쟁을 버티고 데뷔를 이뤄낸 셈이다.

이는 YG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이라는 배경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충분히 지켜볼만한 매력과 잠재력을 지닌 그룹이라는 뜻이다.

지수는 “아직은 연습생인 느낌이다. 첫 활동이 끝난 후 계속 연습실과 숙소만 왔다 갔다 해서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우리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런 분들이 있는 상태에서 활동을 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다”라고 꾸준히 지켜봐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제니는 “어떤 장르나 어떤 노래로 나와도 항상 사람들이 찾아주는 그룹이 되고 싶다”며 “우리가 아직 서툴지만 5년 동안 ‘불장난’과 ‘STAY’를 준비했다. 좀 더 많이 들어주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지금 많은 선배 걸그룹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에 뒤쳐지지 않도록 준비했다.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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