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자체 팜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전력의 절대 다수를 점한다. 시간과 시스템을 믿는 두산의 육성 전략이 빛을 발한 결과다. 스포츠동아DB
이 팀장은 “당장의 기량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 위주로 길게 보고 뽑는다”고 말했다. 대략 4년 후 주전이 될 수 있을지를 본다. 지금 주전이 프리에이전트(FA)가 되거나 노쇠화 할 때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물론 3~4년 후 의도대로 성장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팀장은 두산 팜 시스템을 “믿는다”고 했다. “잘 가르치고 잘 먹이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두산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졸 선수, 덩치 큰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산은 선수의 타고난 자질보다 시간의 힘, 시스템의 힘을 믿는 것이다.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가 2016시즌 센트럴리그에서 우승하자 독특한 신인 영입 방식이 주목 받았다. 마쓰다 구단주 이하 히로시마 프런트는 돈이 없다고 좌절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바닥부터 팀을 다졌다. 히로시마에는 ‘연령선수 표’라는 것이 있다. 포지션 별로 18세부터 나이대가 다른 선수를 채워나갔다. 이 표에 근거해 팀에 부족한 포지션의 선수를 일찍부터 선별해 키워나갔다. 두산은 히로시마보다 먼저 이 방식을 실행했다. 군 입대까지 고려해서 조절한다.
이를 위해 단장, 운영팀(1군), 운영2팀(2군), 스카우트 팀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연다. 스카우트 팀의 보고서를 회람한다. 2군 보고서는 스카우트 팀이 늘 읽는다. 빠르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져 있다.
어느덧 KBO도 통계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두산 스카우트 팀은 그들이 쌓은 노하우를 믿는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통계는 무시한다. 포지션 별로 특징(기본기)을 본다.”
이어 이 팀장은 “지금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기량이 아마추어와 천지차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아마추어 A급은 바로 통했는데 이젠 경쟁 자체가 안 된다. 어떻게 교육을 시켜 기량을 향상시킬까, 그 기간이 얼마나 짧을까에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두산이 계속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신인드래프트 후순위로 밀리는 불리함은 어떻게 체감할까. 이 팀장은 “팀마다 방향이 다르니까 생각만큼 나쁘지 않더라. 올해 특히 불리할 줄 알았는데 생각지 않은 선수를 앞에서 지명할 때도 있더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