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명감과 책임감으로”…‘판도라’ 또 하나의 문제작 탄생

입력 2016-11-09 12: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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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현 시국보다 더 어지러운 재난의 대한민국이 온다. 대한민국 최초로 원전을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가 12월 스크린 문을 두드린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판도라’의 주연 배우 김남길 정진영 문정희 강신일 김대명 김주현 유승목 그리고 박정우 감독은 9일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이날 박정우 감독은 “어떤 사건으로 사회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시기에 우리 영화에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판도라’를 시작했다. 오늘 여러 생각이 많이 든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김남길은 “복잡하고 답답한 시국이다. 우리 영화는 소재 자체가 지진으로 인해 재앙이 시작되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이 얽히면서 재앙이 커진다. 사회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문정희와 정진영은 경주 지진을 언급했다. 그는 “얼마 전에 지진이 나서 현실적인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정진영은 “영화 속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온 게 놀랍다. 관심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판도라’는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2012년부터 4년간의 기획과 연출을 거쳐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다. 박정우 감독은 “시나리오를 오래 썼다. 영화화할 때 사실 관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자료 조사를 훨씬 더 많이 했다. 준비하고 촬영할 때도 1년 반 정도 걸렸다. 장소 협조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거대한 시설을 짓거나 CG의 도움을 받아서 구현해야 했다. 후반 작업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의 대사도 거의 후시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간에는 외압 의혹도 있었는데 우리가 예상했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그런 것 때문에 개봉 시기를 못 잡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도 후반 작업 중”이라고 고백했다.

정진영은 “‘판도라’의 시나리오를 받고 원전의 문제와 심각성 우리나라에서 원전에 대한 정부와 관계자들의 안이한 태도를 떠올려봤다. 나를 흥분시키는 영화였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의 영화’가 될 것 같았다”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문정희는 이번 ‘판도라’를 통해 박정우 감독과 무려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문정희는 “데뷔 때부터 박정우 감독과 함께 작업해왔다. 알고 지낸지도 10년이 넘었다. 스캔들만 안 났을 뿐 정말 오래된 사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감독 입장에서 많은 배우와 스태프를 이끄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나는 ‘연가시’로 한번 해봤기 때문에 ‘판도라’ 전에 겁을 먹었다. 스케일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연가시’보다 더 빨라졌더라. 실제 재난 상황처럼 꾸미고 연기했는데 박정우 감독이 전체적으로 조율을 잘했다. 우리나라에 박정우 감독보다 재난영화를 잘 찍는 감독은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판도라’의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우 감독은 ‘연가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고 ‘판도라’를 기획하게 됐다.

박정우 감독은 “후쿠시마 원전이 터졌을 때 내 상식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원전 점검을 해야했다. 그런데 오히려 원전을 더 짓고 이를 정책 사업으로 키워가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세상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희망적이면 이 영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음 마음으로 ‘판도라’를 시작했다. 원전에 관련된 이야기는 꼭 한 번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시작하기 위해 배우들 스태프 모두 영화의 흥행 외에 사명감과 책임감 이 영화의 의미를 다른 작품보다 더 가지고 진지하고 전투적으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시국이 내 영화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 국민으로서는 ‘이게 나라냐’는 욕이 절로 나온다. 절망적이다. 그러나 우리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원자력 발전소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준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다. 절망으로 끝내지 않은 게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또한 “창작자가 불이익을 당할 것을 떠올리는 사회는 못되어먹은 사회다.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상황을 감독님이 쓰고 연출했다. 관객과 함께 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신일은 “‘판도라’를 만들 때 지금같은 상황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언제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공감대로 영화를 시작했다”고 거들었다.

감독도 배우도 “다같이 죽자”는 결연한 의지로 만든 재난 영화 ‘판도라’. 이들의 외침이 관객들의 마음에도 강한 울림과 희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어지러운 시국에 질문을 던질 또 하나의 문제작 ‘판도라’는 12월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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