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김승회. 스포츠동아DB
김승회는 올해 생애 처음 FA 자격을 얻었지만, 고민 끝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그는 FA 역사상 유일하게 2번이나 보상선수로 선택된 선수다. 2012년 말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고, 지난해 말에는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임훈(현 LG)의 전례가 있지만, 2011년 말 롯데와 SK가 서로 FA를 영입한 탓에 며칠 사이 팀을 옮겼다 돌아간 케이스였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 FA를 간절히 바란 선수였다. 남들이 한 번도 겪어보기 힘든 FA 보상선수 지명을 2번이나 겪었다. 20인 보호선수 외 ‘21번째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잔치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마당쇠’로 살아온 김승회는 3번째 팀에서 이전과 같은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성적은 23경기서 1승1패 4홀드 방어율 5.92. 김승회는 “FA를 선언할 성적은 아닌 것 같다. 창피하고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지금껏 보상선수로만 다녀서 그런지 꼭 FA를 해보고 싶었다. 나도 주인공이 되어보자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나 야구선수는 결국 성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스프링캠프 때 본 첫 딸이 눈에 밟혀 더욱 마음이 아팠다. 남들 몰래 눈물도 흘렸다. “올해 FA도 FA지만, 딸에게 창피하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던 그의 떨리는 목소리엔 깊은 울림이 느껴졌다.
김승회는 “그저 난 21번째 선수인가보다”라며 정작 FA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실을 자책했다. 그러나 이젠 실패를 곱씹고, 내년을 바라볼 때다. 그 역시 내년을 위해 다시 뛰겠다며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