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BO리그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

입력 2016-11-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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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는 NFL(미식축구리그)이다. 1960년대 NFL은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중 흥행과 구단 가치 모두에서 최하위였다. 12개 팀만이 존재했고, 대학 미식축구보다 인기 없는 종목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샐러리 캡 도입, 빅 마켓과 스몰 마켓 연고지의 의미를 지워버린 리그 전체 소득재분배 등의 혁신적인 변신을 거듭했다. 2015년 포브스가 집계한 NFL 32개 구단의 가치는 629억 달러로 약 74조원에 달한다. 반면 1960년대 최고 스포츠였던 메이저리그는 NFL에 완전히 선두를 내줬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가치는 360억 달러(약 42조원)다. NFL은 정규시즌에서 팀당 16경기만을 치르지만 162경기를 하는 메이저리그보다 많은 약 15조원(2015년)의 연간 매출을 올렸다(메이저리그는 약 11조원).

NFL의 성공 요인은 전력평준화다. 리그 수입이 공정하게 배분돼 부자구단도, 가난한 구단도 없다. 구단주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하드 샐러리 캡이 존재하기 때문에 특급 선수를 싹쓸이 할 수 없다. NFL의 2016년 샐러리 캡은 구단당 1억5527만 달러(약 1800억원)다. 전력평준화에 성공하자 NFL 32개 팀 모두가 우승에 도전하는 구단이 됐다.

KBO리그는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모기업의 역량과 투자 의지에 따라 프리에이전트(FA)시장에서 경쟁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현행 FA제도는 전력평준화에 큰 장애물이다. 보상선수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놨지만 오히려 역으로 베테랑과 알짜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정상급 선수의 이적을 신인 유망주 선발로 보상하는 퀄리파잉 오퍼 등 다양한 실험적 제도를 거듭해서 시행하고 있다.

FA제도를 빨리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KBO는 FA등급제에 대해 고심 중이다. 구단이 걱정하고 있는 FA 몸값 폭등의 원인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대체재가 전혀 없는 폐쇄적인 선수 수급 시장에 있다. 베테랑 선수와 톱스타는 아니지만 오랜 경력과 높은 기량을 갖고 있는 FA들은 훌륭한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다만, FA등급제는 누가 어떻게 그 단계를 구분할 것이냐는 의문이 따른다. 미국의 퀄리파잉 오퍼는 부작용도 따르지만 선수 스스로 정상급 연봉을 택할 것이냐,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것이냐 선택이 가능하다.

KBO는 미국의 룰5 제도를 2차 드래프트라는 훌륭한 한국식 제도로 변형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FA제도 손질 역시 이 같은 묘수가 필요하다. 일정 연차 이상 베테랑에게는 보상규정이 없는 완전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부여한다거나 6년차에 FA신청을 가능하게 하는 대신 8년차 혹은 9년차에 비해 더 높은 보상규정을 마련하는 등 선수 스스로에게 판단을 맡기는 방법도 해법이 될 수 있다. 현행 FA제도는 몇몇 특급 선수를 제외하고는 승자가 없다.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 NFL처럼 혁신적인 변화와 과감한 선택이 절실하다.

이경호 스포츠 2부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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