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전북, 亞정상 한 걸음 더…끝날 때까지 끝 아냐!

입력 2016-11-19 2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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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전북 현대 레오나르도가 페널티킥으로 역전골을 넣은 후 김신욱, 로페즈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홈 1차전, 알 아인에 2-1 역전승
-원정 2차전 무승부 이상 통산 2번째 ACL 챔피언

‘AGAIN 2006‘

꼭 10년 전, K리그의 ‘자존심’ 전북현대는 아시아를 평정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역전의 명수’라는 자랑스러운 닉네임을 얻은 전북은 쾌속진군 끝에 알 카라마(시리아)를 꺾고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간이 흘렀다. 전북에 2번째 우승 찬스가 왔다. 수원삼성 등 K리그 팀들을 꺾고 올라온 알 사드(카타르)와 2011년 대회 결승을 치렀다. 장소는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 비열한 반칙과 침대축구를 일삼은 알 사드는 K리그 팬들에 ‘공공의 적’이었다. 그러나 운이 없었다. 승부차기 끝에 4만 홈 관중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대회 최우수선수상(MVP)를 수상했지만 전북의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의 표정은 시상식 내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당연히 포기할 수 없었다. 전북은 올 시즌 통산 2번째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2010년부터 꾸준히 챔피언스리그를 노크하면서 또 다시 결승에 올랐다. 마침 대회 방식이 단판승부에서 2006년과 마찬가지로 홈 & 어웨이로 전환됐다.

오래 전부터 “챔피언스리그는 우리의 숙명”이라는 말로 절실함을 전한 전북 최강희 감독과 녹색전사들은 ‘사력을 다해 올 시즌 마지막 승부를 대비했다. 아쉽게도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우승을 놓친 터였다. 정규리그 33경기 연속 무패(18승15무)를 거뒀음에도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결승 홈 1차전을 하루 앞둔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나선 최 감독은 “애절하게 준비했다. (완주군 클럽하우스에서) 이곳에 오는 동안 2006년을 떠올렸다. 5년 전의 악몽을 떨치고 기필코 우승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렇게 맞이한 첫 대결. 3만6000여 대관중 앞에서 197.5cm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을 원 톱에 세운 전북은 4-1-4-1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공격 2선에 이재성-김보경을 배치했고, 좌우 날개로 브라질 콤비 레오나르도-로페즈가 나섰다. 베테랑 센터백 조성환이 경고누적으로 빠진 포백 수비라인은 중앙수비수 김형일-임종은의 좌우에 박원재-김창수가 포진했다.

물론 변화도 있었다. 최철순의 전진배치였다. 전북 벤치의 의도는 분명했다. 전천후 수비자원인 최철순에게 상대 핵심인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봉쇄하도록 했다. 흐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라인업이 요동쳤다. 볼 전개에 맞춰 오마르가 깊숙이 내려오면 최철순이 그 자리로 향하고 김형일이 전진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김형일이 올라서면 김보경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전반 전북 현대 이재성이 알 아인 이명주와 치열한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전반전은 소득 없이 끝났다. “결국 1골 승부”라는 최 감독의 이야기대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전북 입장에서 홈 1차전은 무조건 잡아야 했다. 27일(한국시간) 알 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의 원정 2차전을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풀어가려면, 또 여유를 주려면 승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오히려 위기를 맞이했다. 후반 18분 다닐로 아스피리야가 첫 골을 넣었다. 안타깝게도 오마르가 시발점이었다. 전북 수비 3명을 뿌리치고 왼쪽에서 넘긴 볼을 아크 왼쪽에서 잡은 아스프리야가 골 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권순태도 꼼짝할 수 없는 절묘한 킥이었다.

뜻하지 않은 실점에 다급해진 전북은 2분 뒤 김보경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해 전방을 보강했다. 승부수가 통했다. 후반 25분 이동국이 흘려준 볼을 잡은 레오나르도가 아크 왼쪽에서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동국 효과’는 또 빛을 발했다. 측면까지 빠져나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던 폭 넓은 활동량을 보인 이동국이 후반 32분 왼 측면에서 띄운 크로스를 헤딩하려던 모하메드 파예즈가 낚아 채 페널티킥(PK) 찬스를 얻었다. 이를 레오나르도가 가볍게 차 넣어 역전에 성공했다. 올 시즌 대회 10호 골. 활활 불타오른 전북은 후반 37분 김신욱 대신 에두를 출격시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도 승리가 먼저였다. 또 하나의 목표로 삼은 ‘무실점’에는 실패했으나 강한 집중력으로 경기 막판 상대의 공세를 극복하며 승리를 지켰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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