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2017 WBC 대표팀은 좌완 주축 투수인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주전 유격수 강정호의 음주운전 물의 등 투·타 전력 모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경험과 관록, 구위 등을 고려하면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5일 일본 미나미공제병원에서 정밀검진을 한다. 국내에서 이미 수술 소견이 나왔고, 최종 결정을 위한 일본행이다. 천만다행으로 수술을 피하더라도 재활이 불가피해 사실상 내년 WBC 참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일에는 현역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사고를 쳤다.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 난폭운전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도주를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운전면허 정지 수준인 0.084% 상태였다. 여기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정황까지 드러나 사면초가에 몰렸다.
강정호는 대표팀 공수의 핵으로 활약해야할 간판스타다. 빅리그 진출 첫해인 지난해 126경기에서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주전을 확실히 꿰찬 그는 지난 시즌 막바지 경기 도중 무릎 정강이 골절로 수술 받는 아픔을 맛봤다. 재활을 거쳐 뒤늦게 복귀한 올 시즌에도 103경기에만 출전하면서도 역대 아시아 내야수 최다홈런인 21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62타점을 올려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대표팀은 사실상 강정호가 3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볼 수 있다고 보고 다른 내야수를 구성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종 엔트리 28명에 전문 유격수는 김재호(31·두산) 1명만 선택했고, 3루수 요원으로 박석민(31·NC)을 추가했다. 2루수로는 정근우(34·한화)와 서건창(27·넥센)이 선발됐다. 정근우는 지난달 일본으로 건너가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아 향후 회복 속도에 따라 대표팀에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일 WBC 조직위원회에 제출한 50명 예비 명단에는 내야수 요원으로 오재원(31·두산), 최정(29·SK), 황재균(29·FA), 김하성(21·넥센)이 있다. 이 중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오재원을 선택할지, 아니면 3루수 요원인 최정이나 황재균을 발탁할지, 아니면 유격수 김하성을 뽑을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가장 고민은 유격수 쪽이 될 터. 김재호가 대회 도중 부상을 당하거나 경기 도중 선수 교체를 해야 할 상황도 대비해야한다.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허경민이 유격수를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비부담이 크고 가장 중요한 유격수를 김재호 1명만 두고 대회에 들어가기도 부담이 크다.
한편 KBO 관계자는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해 보도만 보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주초에 에이전트나 본인을 통해 정확한 상황과 경위 등을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대표팀 김인식 감독에게 보고를 하고 KBO 상벌위원회와 함께 기술위원회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