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인터뷰③] 전인권 “이제 다시 돌격!”

입력 2016-12-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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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이름 석자만으로 더 이상 부연이 필요 없다.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배어나오는 느릿한 어투와 창법은 그만의 ‘장르’가 됐다. 요즘 과거 히트곡을 통해 대중에게 잔잔한 위로를 안겨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boy@donga.com

‘전·인·권’ 이름 석자만으로 더 이상 부연이 필요 없다.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배어나오는 느릿한 어투와 창법은 그만의 ‘장르’가 됐다. 요즘 과거 히트곡을 통해 대중에게 잔잔한 위로를 안겨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boy@donga.com

■ 가수 전 인 권


- 그 40여년의 음악인생에서 못해본 것이 있다면. 혹은 뒤로 미뤄놓은 것이라면 무엇일까.

“어떻게 모든 걸 다 할 수 있겠나. 우리의 아름다움이란 게, 입는 사람은 힘들지만 보는 사람은 예쁜 한복과도 같다. 그건 외국의 최고와도 연결된다. 바로 우리 정서와 맞는 것이다. 연습 많이 해서 그런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 사진기자가 포즈를 요청할 때 기타를 들고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을 연주하던데.

“그게 무지 어려운 곡이다. (레드 제플린의 보컬)로버트 플랜트가 야수처럼 소리를 지르지 않나. 기타도 거기에 맞춰 필링을 넣어야 한다. 요즘 (기타로)치면서 참 어렵다, 엠병할 어렵네, 한다. 그래도 한 곡 해내면 다른 곡도 순순히 넘어가지더라.”


- 어렵다는 걸 예전엔 몰랐나.

“아니다. 하지만 해봤어도 그 끝이 없다. 물론 끝이 어딘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림을 그릴 때 자기 속 안에 거짓말을 갖고 있으면 못 그린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 전인권 음악의 끝은 어디일까.

“그것도 내가 결정해야지. 아! 이제 됐다, 마음 먹지만 그래도 못 미더울 때가 있다. 그럼 역시나 착각이었다. 하지만 또 이제 됐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거다. 그런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내 것이 생기는 거다.”


- 착각의 기준은 무엇일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노래를 잘 불렀다고 생각하고 녹음한다. 하지만 들어보면 개판일 때가 있다. 음악은 딜레마도 심하고 우울하고…, 별 거 다 있다.”


- 그런데도 음악을 하는 까닭은.

“이상한 길, 어려운 길로 가는 나름의 맛이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바로 쟁이의 기질일 수 있다.”




- 쉬운 질문 하나? 당신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

“내 길. 깨우침 같은 것 그리고 나. 내가 누구이겠나. 내 안에 있는 음악이 바로 나다. 무지 어려운 질문 해놓고 쉬운 질문이라네. 하하!”


- 아! 처음으로 돌아가서 촛불집회에서 ‘떼창’으로 울려퍼진 ‘걱정말아요 그대’는 2004년에 만든 노래다.

“그 즈음, 마누라와 헤어지니까, 희한한 것이, 내가 없어지더라. 나라는 존재가 없어지는 거다. 음악이고 뭐고 떠나서 우울증을 앓았다. 6개월 동안 치료도 받았다. 그리고는 집에서 며칠 동안 가만히 있는데 곡이 생각나더라. 가사도 그렇고. 그 순간, 내가 나타나더라고. 노랫말도 어쩌면 나를 보고 하는 말이다. 너무 힘드니까 새로운 게 보이지 않았던 때다.”


- 딸의 결혼이 또 다르게 새로운 인생을 펼치게 한 계기였다는데.

“그렇다. 약이 너무 날 힘들게 하는구나 생각할 때였다. 내 딸은 어린 시절, 내가 (마약으로)잡혀갔을 때도 전화해 ‘아빠는 세계 최고야’ 라고 말해줬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끝까지 날 믿어준 게 너무 고맙다.”


- 혹시 손주라도?

“네 살짜리 손주가 있다. 정말 예쁘다. 표정도 없고, 모든 게 빠르고 포기도 잘 한다. 너무 귀엽다. 하하! 요즘엔 가끔 화장실에서 내가 이제 감옥에 안 가는구나 생각할 때가 있다. 너무 좋다. 이젠 진짜 노력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오후 8시에 자고 새벽 3시에 깨서 연습을 했다. 그렇게 3년을 해냈다. 이제는 돌격! 앞으로만 남았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중에서)

전인권은 그렇게 노래한다. 긴 머리카락을 동여매도 여전한 산발의 기운은 ‘다 함께 노래’하며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하는, 그래서 또 다른 ‘행진’으로서 뜨거운 열정을 가득 뿜어내고 있었다.


P.S)

- 그나저나, 그 선글라스는 꼭 써야 하는 건가.

“선글라스를 끼면 노래할 때 무지 편해진다. 표정 관리가 된다. 실수할 때에도 그렇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나름 멋있기 때문이다. 하하!”


- 멋지다. 진심이다.

“감사하다.”


● 전인권

▲1954년 9월 서울에서 태어남 ▲명지고 1년 자퇴(작은형의 영향으로 팝을 접함) ▲1974년 라이브클럽 무대 ▲1979년 ‘따로 또 같이’로 데뷔 ▲1985년 최성원·허성욱·조덕환과 들국화 결성(주찬권은 2집), ‘역사적 명반’ 1집.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 수록 ▲1987년∼2009년 대마초 및 필로폰 투약 혐의로 수차례 구속, 그 사이 들국화 해체와 재결성 반복 ▲1988년 솔로 ▲2013년 들국화 재결성 ▲2014년 전인권밴드 ▲수필집 ‘걱정말아요 그대’

엔터테인먼트부 부장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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