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에 “우리가 이겼다” [전문]

입력 2016-12-09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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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에 “우리가 이겼다”

영화평론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허지웅은 9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늘 말씀드리지만 승리의 경험은 중요하다. 작은 승리를 해본 사람만이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이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우리는 사실 이겨본 일이 없다. 특히 우리 세대의 시민들은 이겨본 일이 없다. 이전 세대가 겨둔 작은 승리들, 그러나 승리를 거두고도 그 성과를 엉뚱한 자들에게 넘겨주었던 경험을 오래된 사진을 통해 보았을 뿐이다”고 적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과하는 동안 광장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엉망으로 구겨진 시민의 자존심과 국격이, 토요일의 촛불로 다려 펴지는 일이 매주 반복됐다. 전과 같으면 내분과 소란으로 흐지부지될만한 상황에서도 광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 세대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는 책임감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고 썼다.

또 허지웅은 “마침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됐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모든 광장 집회에 참여했고, 앞으로도 빠지지 않을 생각이다. 탄핵보다 훨씬 더 중요한, 특검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지지와 열의가 명확해야만 특검이 바로 설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만 한다. 어설픈 용서와 망각이 아니라, 정확하고 엄중한 처벌만이 이 작은 승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우리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놀라고, 참담해하고, 가슴을 쳤지만, 동시에 놀랍게도 최악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우리는 이겼고, 그렇기 때문에 다시 이길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이겼다”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야 3당이 지난 3일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여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탄핵소추안은 헌법 제65조2항에 따라 본회의에서 국회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할 경우 가결된다.

표결은 이날 오후 3시20분부터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 방식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이우현, 서청원, 정갑윤 등 3명의 의원은 ‘지각 입장’해 투표에 참여했다. 최경환, 조원진, 홍문종 등 친박 의원 3명은 본회의장을 나갔다가 다시 입장했다. 그러나 최경환 의원은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서 사본을 전달받는 순간부터 헌법에 명시된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의 지위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대통령 직무는 황교안 총리가 대행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서 정본을 전달받는 때부터 탄핵심판 절차를 밟는다. 헌법재판소가 6개월(180일 안)에 탄핵심판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은 최장 내년 6월 6일까지다.


<다음은 허지웅 SNS 전문>

늘 말씀드리지만 승리의 경험은 중요합니다. 작은 승리를 해본 사람만이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이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실 이겨본 일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 세대의 시민들은 이겨본 일이 없습니다. 이전 세대가 겨둔 작은 승리들, 그러나 승리를 거두고도 그 성과를 엉뚱한 자들에게 넘겨주었던 경험을 오래된 사진을 통해 보았을 뿐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과하는 동안 광장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엉망으로 구겨진 시민의 자존심과 국격이, 토요일의 촛불로 다려 펴지는 일이 매주 반복되었습니다. 전과 같으면 내분과 소란으로 흐지부지될만한 상황에서도 광장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세대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는 책임감이 광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모든 광장 집회에 참여했고, 앞으로도 빠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탄핵보다 훨씬 더 중요한, 특검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시민의 지지와 열의가 명확해야만 특검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만 합니다. 어설픈 용서와 망각이 아니라, 정확하고 엄중한 처벌만이 이 작은 승리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우리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놀라고, 참담해하고, 가슴을 쳤지만, 동시에 놀랍게도 최악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겼고, 그렇기 때문에 다시 이길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이겼습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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