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스터’에서 수조원대 사기범으로 다시 한 번 악역을 연기한 이병헌은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새 작품을 읽으면 ‘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힌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영화사 집
“강동원 통찰력·추리력 뛰어나
아내 이민정은 족집게 선생님
대중의 눈처럼 다 맞더라고요”
부정부패와 각종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시국의 분위기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영화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연배우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21일 영화 ‘마스터’를 내놓는 배우 이병헌(46)은 “실보다 득”이라는 쪽이다.
지난해 11월 ‘내부자들’로 화려한 성공을 거둔 이병헌이 또 한번 악랄한 범죄를 그린다. 1년 전에는 부패한 권력을 들춰내는 역할이었지만, 이번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꾼이다.
‘내부자들’ 개봉 무렵 이병헌은 ‘마스터’의 제작진을 만났다. 연출자인 조의석 감독이 그의 집까지 찾아와 영화의 기획의도를 알렸고, 함께 하자는 제안도 했다.
“감독 얘기를 듣고는 우울하고 음침한, 센 영화가 나오겠다 싶었다. 다큐멘터리 성격도 보이고. 특정한 역할을 콕 짚어 제안 받은 것은 아니다. 열린 상태였다. 한 달 뒤 완성된 시나리오를 받았다. 픽션 같은 상업영화가 나왔더라.”
이병헌은 선의의 편인 경찰(강동원)이 아닌 악인을 맡았다. “아무런 생각 없이 100% 휴식을 갖는 게 지금 필요한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새 작품을 읽으면 ‘하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는” 배우 본능은 어쩔 수 없었다. “기상천외한 사건, 변화를 향한 배우들의 욕망이 느껴진다”는 생각으로 그는 ‘마스터’로 향했다.
이병헌이 그린 진현필은 누구인가. 실물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 3만여 평범한 사람을 속여 4조원을 가로챈 ‘건국 이래 최대 사기꾼’, 도피한 중국에서 사망신고 됐지만 여전히 그 행방이 미스터리로 남은 조희팔이다. 이병헌 역시 “영화를 통해 괴물 같은 사람의 역사를 굳이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다. 오랜 시간 자기합리화를 체화한 인물”로만 받아들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