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앞둔 신지애 “내 무대는 골프장…다시 미쳐보고 싶다”

입력 2016-12-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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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를 맞는 신지애가 더욱 어른스러워졌다. 그는 “지금까지 골프만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주변을 돌아보고 고마웠던 분들께 보답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30대를 맞는 신지애가 더욱 어른스러워졌다. 그는 “지금까지 골프만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주변을 돌아보고 고마웠던 분들께 보답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3전4기 신지애, 도전은 계속된다

프로생활 11년째…주변 도움이 성공의 요인
앞만 본 20대…이제부터 하나씩 만들어 낼 것
쉬면서도 골프 생각…공연 보면서도 열정 배워
내년 JLPGA 네번째 상금왕 도전 ‘포기는 없다’


“지금까지는 골프만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다. 이제부터는 주변을 돌아보고 고마웠던 분들께 보답하면서 살아가려 노력 중이다. 더 늦지 않게….”

신지애가 한층 어른이 됐다. 올해로 프로 생활 11년째 그리고 얼마 뒤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다. 30대를 맞는 신지애는 “20대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서 바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하나씩 만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새해를 다짐했다.

신지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신지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성공은 혼자 아닌 주변의 도움 덕분

2016년을 돌아본 신지애는 “감사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신지애는 프로골퍼로 누구보다 성공한 선수다. 그가 걸어온 길 뒤에는 ‘역사’와 ‘기록’이 남아 있다. 2006년 데뷔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46승을 거두며 한국여자골퍼 최다승 기록(종전 고 구옥희 44승)을 새로 썼다. 지난 6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니치레이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45승째를 거두며 여자골프의 역사에 ‘신지애’라는 이름을 남겼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국선수 최초의 LPGA 투어 상금왕(2009년)과 세계랭킹 1위 등극(2010년 5월) 등 그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자리에 가장 먼저 올랐다.

노력없이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다. 큰 아픔을 이겨냈고, 정상에 올랐다. 또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그러나 신지애는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가족 그리고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다”며 자신에게 힘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좋은 부모님과 가족이 있었고, 골프를 하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힘들 때 용기를 주셨던 분들이 항상 옆에 계셨다. 그런 분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신지애는 없었을 것이다”며 노력과 함께 주변의 도움을 성공의 요인으로 손꼽았다.

신지애는 이제 그동안 받았던 고마움에 보답하려고 한다. 한 살 더 먹어 철이 든 것도 있지만, 조금씩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다.

“벌써 서른이라니…”라며 살짝 미소를 보인 신지애는 “솔직히 30대가 기대된다. 20대의 마지막에 서 보니 주변도 돌아보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더 깊게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30대가 기대된다”며 웃었다.

신지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신지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신지애의 가슴을 울린 두 가지 사연

신지애는 얼마 전 가슴 찡한 일을 경험했다. 막내 동생(신지훈)이 보낸 편지를 보며 울컥했다.

신지애에겐 2명의 동생이 있다. 두 살 아래의 여동생 지원과 여덟 살 터울의 남동생 지훈이다. 평소 신지애는 동생들 얘기가 나오면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동생은 서울대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했고, 올해 막내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 대학(UCSB)에 입학하면서 자랑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막내동생 얘기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신지애는 “얼마 전 막내에게 편지를 받았다. ‘누나 덕분에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그동안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는데,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마냥 어린아이 같았는데 어른이 됐다는 걸 보면서 가슴이 찡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지애는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뒤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두 동생을 둔 맏이로서 골프선수 이전에 가족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월, 박세리의 은퇴는 또 한번 신지애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박세리는 신지애의 우상이었다. 박세리를 보며 골프를 했고, 박세리를 보며 꿈을 키웠다. 그런 박세리가 필드를 뒤로하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신지애는 “박세리 언니의 모습이 언젠가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세리 언니는 우리 모두에게 대단한 존재였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고생하면서 정상에 올랐고, 박세리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에 고마움이 컸다”면서 “박세리 언니처럼 멋진 마무리를 하고 싶어졌다. 은퇴식을 보면서 좋은 시작만큼 멋진 마무리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신지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신지애.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무대에서 미쳐볼 것”

쉬는 동안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하고 있다. 여행도 다니고 공연을 보면서 골프선수 신지애가 아닌 서른을 바라보는 여자 신지애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신지애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또 다시 골프와 연관된다. 천생 골퍼다.

신지애는 “연말을 맞아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고 있다.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무대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상상해보곤 한다”면서 “나의 무대는 골프장이다.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가수들처럼 나 역시 필드에서 모든 걸 쏟아 붓기 위해 노력한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자세를 되새기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연스레 내년 시즌에 대한 다짐도 하게 됐다. 신지애는 올해도 목표였던 상금왕을 하지 못했다. 이보미(28)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막혀 2위에 만족했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돌아보면 2016년은 진짜 잘 한 시즌이다. 지난해보다 마지막 날 마지막 조에서 경기를 했던 적이 많았고, 톱10 비율도 높아졌다. 그러나 축구로 치면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골문 앞에까지 잘 갔지만, 골을 넣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아마도 너무 편하게 생각했고, 우승이라는 걸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다시 한번 자신을 향해 채찍을 들었다.

내년이면 네 번째 상금왕 도전이다. 지칠 법도 하지만 신지애는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안주했던 적은 없다. 늘 발전하려고 노력했고 과거보다 나아지기 위해 열심히 했다. 1등이라는 자리를 더 오래 지킬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에 얽매인 적도 없다. 중요한 건, 여전히 골프에 대한 에너지가 넘친다. 다시 한번 골프에 미쳐보고 싶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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