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노력파’ KIA 노수광의 한 마디 “난 연습생이었다”

입력 2016-12-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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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노수광은 2016년 KIA의 발견이다. 심장 수술을 했음에도 훈련으로 이를 극복하고 ‘노토바이’란 별명과 함께 질주를 하고 있다. 그는 “난 연습생으로 프로에 들어왔다. 노력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외야수 노수광(26)은 2016년 KIA의 최고 ‘히트상품’이다. 시즌 전만해도 노수광이 테이블세터 자리에서 맹활약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팀 내 야수 유망주 경쟁에서 제일 앞에 설 만큼 단시간에 성장했다.

노수광은 지난해 4대3 대형 트레이드로 한화에서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트레이드가 발표된 5월6일 오후, 대전에서 인사를 마치고 KIA의 원정경기가 열린 마산구장으로 급하게 내려온 그는 곧장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깜짝 놀란 소식은 또 있었다.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함께 이적한 외야수 오준혁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30분 전 도착해 급하게 상견례를 한 직후였다. 둘은 숨 돌릴 틈도 없이 그라운드로 나섰다. 아직 KIA에서 제작한 새 유니폼도 도착하지 않아 다른 선수의 옷을 빌려 입었다.

KIA 노수광.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모두가 인정하는 노력파, “난 연습생이었다”

모든 게 서툴렀다. 2013년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그의 생애 2번째 1군 경기였다. 2군에 있을 때부터 방망이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1군 투수들의 공을 치는데 방망이부터 밀렸다. 타구는 멀리 나가지 않았다.

노수광은 그렇게 1년 전을 돌이켜봤다. 이적과 동시에 받은 깜짝 1군 기회, 그러나 아직 그에겐 갈 길이 멀었다. 노수광은 “정말 감격스러운 1군 기회였다. 그 전엔 꿈만 꾸고 있었다. 처음엔 얼떨떨했고, 나중엔 힘들더라. 타구가 안 나갈 땐 자존심이 상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자신 있던 타격 역시 부족하기만 했다. 노수광은 이를 악물었다.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려 힘을 키웠고, 박흥식 타격코치 등 코칭스태프에게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하며 따라다녔다. 박 코치는 “(노)수광이는 원체 열심히 한다. 근성도 있고, 절실함이 있다. 평소에 질문이 많은 선수다. 진짜 엄청 물어본다”며 웃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노력파’, 사실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그는 “난 프로에 연습생으로 들어왔다. 노력하는 건 당연했다. 노력한다고 칭찬해주시지만, 사실 모든 연습생들이 다 마찬가지일 거다”라고 털어놨다.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1,3루 KIA 노수광이 LG 양석환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고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노토바이’의 질주, “주전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

노수광은 시즌 전만 해도 함께 트레이드된 오준혁이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복귀시킨 윤정우 등 다른 외야 유망주들보다 뒤처져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였던 그는 피 나는 노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스스로 바꿨다. 올해 77경기서 타율 0.309·4홈런·30타점·12도루, 빠른 발을 앞세운 투지를 선보인 그에게 팬들은 ‘노토바이(노수광+오토바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그는 자신의 특징을 잘 살린 이 별명을 들을 때마다 ‘싱글벙글’이다. 사실 그는 중학교 때 심장 이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뛰는데 치명적일 수 있지만, 이 역시 훈련으로 극복해냈다. 노수광은 “어렸을 땐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자꾸 뛰다 보니 어느 순간 힘든 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시즌 2번째로 1군에 콜업됐던 6월 말부터 노수광은 쾌속질주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나친 투지가 독이 됐다. 8월12일 고척 넥센전에서 2루로 뛰다 왼손 약지가 베이스에 걸리며 골절돼 7주 가량 자리를 비웠다.

가을야구 전 복귀하겠단 의지로 10월 1군에 돌아왔으나, 핀을 제거한 뒤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손은 퉁퉁 부어있었고, 통증도 여전했다. 그러나 가을야구를 향한 일념으로 극복해냈고,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주목받았다. 그는 “1점도 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임창용 선배의 공이 빠르고, (양)석환이도 크게 칠 것 같지 않았다. 전진수비를 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1군에 올라온 뒤, 처음엔 타구 질도 다르고 수비가 어려웠는데 이젠 좀 적응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수광은 다시 경쟁을 시작한다.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와 새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 영입으로 외야에 자리가 빡빡해졌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노수광은 “난 처음부터 백업선수였다.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자리에 상관없이 나만 잘하면 된다”며 웃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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