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 S.E.S. 20주년…친구와 다시 그린 ‘보랏빛 꿈’

입력 2016-12-31 15:2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꿈같아요. 깨고 싶지 않아요. 이 꿈을 계속 꾸고 싶어요.”


Dreams come true. 정말 꿈이 이뤄졌다. 2016년 12월 30일, S.E.S.도 친구(팬클럽)도 함께 꿈꿔온 순간이 찾아왔다. 1998년의 봄 제1기 팬클럽 창단식을 개최했던 대양홀이 오랜만에 보랏빛 물결로 채워졌다.

걸그룹의 시초이자 전설 S.E.S.가 30일 밤 8시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콘서트 ‘Remember, the day’(리멤버, 더 데이)는 S.E.S. 데뷔 2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00년 마지막 콘서트 이후 무려 16년 만에 개최하는 단독 콘서트다.

S.E.S.는 콘서트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유진은 “팬들과 다시 만나는 자리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자리를 꽉 채운 팬들과 만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슈도 “함께 준비하면서 정말 행복했다”면서 “역시 S.E.S.는 셋이 함께 있을 때 가장 빛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리더 바다는 “S.E.S.로 뭉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노래처럼 ‘Dreams come true’다. 행복한 마음으로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멤버들만큼 팬들도 설레기는 마찬가지. 그때 그시절 ‘누나’ ‘언니’를 외치던 10대 청소년들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 연인 혹은 친구와 콘서트를 찾았다. 아이와 손잡고 온 팬들도 눈에 띄었다. [10대일 땐 학교를 조퇴하고 왔지만 오늘은 회사에 월차 내고 왔다]는 한 팬클럽의 현수막 문구 또한 인상적이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2000여명의 팬들은 보랏빛 야광봉을 흔들며 과거의 기억을 소환했다.

콘서트 직전 S.E.S.의 데뷔 2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더블 타이틀곡 ‘한 폭의 그림’과 ‘리멤버’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팬들은 멤버들의 등장 컷 하나하나에 환호를 쏟아냈다. 트와이스 소녀시대 부럽지 않은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했다.


이윽고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S.E.S.는 ‘원조 요정’ 답게 요정 콘셉트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S.E.S.는 ‘드림스 컴 트루’ ‘러브’ ‘꿈을 모아서’ 등 정규 앨범과 ‘서프라이즈’ 앨범의 타이틀곡을 모아 오프닝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감싸 안으며’와 ‘음~ 해피 데이’를 열창했다.

첫 무대 후 바다는 “꿈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유진도 “대양홀이 꼭 대형 타임머신 같다”면서 “여러분 이곳 기억하느냐. 우리가 팬클럽 1기 창단식을 한 곳이다. 오늘 같이 좋은 추억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아들과 쌍둥이 딸을 키우며 육아에 집중하다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한 슈는 “여러분 힐 신고 춤추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시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유진은 “예~ 어머니”라고 했다가 “아, 나도 엄마지?”라고 혼잣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짧은 토크가 끝나고 섹시한 올블랙 의상으로 갈아입은 S.E.S.는 정규 2집 수록곡인 ‘느낌’과 데뷔 2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Candy Lane’을 불렀다. 한 사람씩 차례로 의상을 갈아입은 멤버들은 ‘키스’ ‘쇼 미 러브’ ‘빌리브 인 러브’ 등 또 다른 느낌의 무대를 연출하기도 했다.

S.E.S.는 이날 총 22곡의 노래를 부르며 잔잔한 발라드부터 스탠딩 파티를 부르는 댄스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각 앨범의 타이틀곡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수록곡 중에서도 명곡이 많은 그룹이기에 곡 선정에 고민이 많았을 터. ‘입덕’한지 얼마 안 된 신생 팬들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서 오랜 골수팬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구성이 돋보였다. 5집 타이틀곡 ‘U’를 제외하고 모든 정규 앨범과 서프라이즈 앨범의 타이틀곡을 무대에 올렸고 앨범으로만 들었던 ‘키스’를 색다르게 편곡해 부르기도 했다.

두세곡을 마칠 때마다 ‘프리 토크’가 펼쳐졌다. 멤버들은 팬들에게 궁금한 게 많은지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자주 넘겼다. “오늘 아이와 함께 오신 분 있나요?” “창단식 때도 왔던 분 계신가요?” “이중에 첫 콘서트 때도 오셨던 분!?” “오늘 아이 맡기고 왔다, 손 들어보세요” 등 질문에서도 20년의 세월이 묻어났다. 노래와 토크를 번갈아 진행하는 전개가 S.E.S. 3집을 떠올리게 했다. 슈의 딸 라희가 무대에 올라와 엄마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모습도 진풍경 중 하나. 슈는 “기분이 묘하다”고 고백했다.


콘서트는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데뷔 20주년 스페셜 앨범의 수록곡인 신곡 7곡도 기존 곡들 사이에 적절히 배치됐다. 전주만 듣고도 단번에 곡을 알아맞히는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기는 구성이었다.

이날 베일을 벗은 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한 폭의 그림’에 대해 유진은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유영진 오빠에게 받은 신곡이다. 상상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슈도 “정말 귀한 곡”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더블 타이틀곡인 ‘리멤버’와 수록곡 ‘마이 레인보우’는 팬들에게 바치는 곡. 특히 ‘마이 레인보우’는 정규 1집의 ‘친구’와 5집의 ‘친구-두번째 이야기’에 이어 14년 만에 쓴 ‘친구-세번째 이야기’이기에 팬들에게 더 큰 감동을 안겼다.

슈는 “가사를 보는데 눈물 나더라”고 말했고 바다는 “처음 노래를 받았을 때 셋 다 울었다. 팬들과 우리의 사이를 말해주는 곡이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콘서트를 앞두고 “오늘 하루 로봇이 되자. 절대 울지 말자”고 다짐했던 S.E.S.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은 결국 ‘친구’를 부르면서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멤버들은 팬들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를 예상하지 못한 듯 북받친 모습이었다. 유진은 “여러분이 S.E.S.를 지켜준 덕분에 이후로도 각자 열심히 살고 활동도 잘 할 수 있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감사하다”며 “오래 기다려줘서 고맙다. 좋은 기억으로 기억하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슈는 “우리 막 돌아왔다”면서 환하게 웃었고 바다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앙코르 무대까지 3시간을 달린 S.E.S.는 “여러분 사랑합니다. 지금까지 S.E.S.였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멤버들은 팬들의 기억 속 요정처럼 무대를 떠나며 더 아름다운 ‘다음’을 기약했다. “또 다른 시작입니다. 우리 또 꿈속에서 만나요.”(S.E.S.)

S.E.S.는 31일 밤 같은 곳에서 한 번 더 콘서트를 연다. 이날에는 밤 11시 30분부터 옥수수 및 IPTV 플랫폼 Btv를 통해 콘서트 실황을 생중계, 많은 팬들과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 및 공연을 즐길 계획이다. 31일 자정 데뷔 20주년 스페셜 앨범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Remember’(리멤버)를 선공개한 후 1월 2일 낮 12시 또 다른 타이틀곡 ‘한 폭의 그림(Paradise)’을 포함한 스페셜 앨범 전곡의 음원을 공개한다. 음반은 2일 발매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