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오승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런 상황에서 다시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이 화두에 올랐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그동안 여러 루트를 통해 오승환을 뽑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을 비롯한 야구인들도 오승환의 대표팀 승선을 지지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아직은 오승환의 합류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여론도 있어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오승환 본인은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가 먼저 나서 ‘대표팀에 가겠다’고 말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스포츠동아와 신년 인터뷰에서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그냥 뽑히면 당연히 가는 것이다”면서 “아직 대표팀 명단에 들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게 조심스럽지만, (최종 엔트리) 상황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니 나로선 언제든 (대표팀에 발탁되면) 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놓겠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부동의 국가대표 마무리투수였다. 4강 신화를 쓴 2006년 제1회 WBC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13년 제3회 WBC까지, 나라의 부름이 있을 때마다 봉사해왔다.
2006년 1회 WBC 당시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러나 지난해 원정도박 스캔들 이후 무적 상태에서 KBO 복귀 조건부 징계까지 받았다. KBO 소속 선수가 아니었지만 KBO는 복귀 가능성을 감안해 징계를 내렸고, 일본프로야구 한신과의 계약 만료 이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해오던 오승환은 이후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한국과 일본을 정복한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시즌 중반 마무리로 승격해 19세이브(76경기 6승3패 14홀드 방어율 1.92)를 올리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도약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주도로 열리는 WBC에는 각국의 빅리거들이 출전한다. 대표팀 마운드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입장에선 오승환의 합류가 절실하다.
오승환은 이달 초 세인트루이스의 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미리 들어가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WBC 출전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닌 만큼 모든 것은 대표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 제출 때(2월 초)까지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선수로서 그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해놓고 있겠다는 뜻이다.
오승환은 “그동안 대표팀에 뽑아주실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나갔고, 태극마크의 무게감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로선 일단 몸과 마음의 준비는 해놓고 있겠다. 시즌에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먼저 미국으로 가서 몸부터 만들어 놓겠다”고 덧붙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