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포수 유강남은 향후 팀의 10년을 책임질 안방마님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전 자리를 두고 베테랑 정상호와 경쟁 중이지만, 오히려 선배의 존재가 그에겐 든든하기만 하다. 스포츠동아DB

LG 유강남. 스포츠동아DB
● “장비 멋있어 시작한 포수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
-정유년이 밝았다. 새해는 잘 보냈나.
“1월 1일 집 근처에 있는 뒷산에 올라갔다. 매년 올라가는 산인데 올해는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 지난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한 시즌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이 더 많다. 올해는 남이 아닌 내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자고 생각했다.”
-본인은 아쉽다고 하지만 2016년은 유강남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난 별 볼 일 없는 선수였다. 내 자신을 알고, 내 위치를 아니까 좀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뭐든지 부딪히려고 했다. 아직 멀었지만 팀을 위해, 내 자신을 위해 열심히 한 것만큼은 자신이 있다. 노력한 게 복(福)으로 돌아와 기쁘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홈런을 칠 줄 아는 포수(8홈런·47타점)이기 때문이다. 포수의 제1덕목은 수비지만 현대야구에서는 포수도 잘 쳐야한다. 그런 부분에서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홈런은 그냥 쳤던 것 같다. 운 좋게 잘 맞은 정타가 홈런이 된 것이지, 홈런을 노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득점권에서 강한 것도 어느 타자나 그런 상황에서는 집중하게 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뿐이다. 그래도 포수가 잘 쳐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어렸을 때는 포수는 무조건 수비가 먼저고, 수비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수비만 잘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중요한 상황에서 확률 있게 타격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야구는 어떻게 시작했나.
“부모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고등학교 때까지 하시다가 대학교 때 그만둬서 야구를 하고 싶은 바람이 나에게 넘어온 게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 처음으로 야구를 했는데 잘 쳤다. 치면 담장을 넘겨서 그걸 계기로 야구를 시작했다.”
-포수는 언제부터 했나
“처음에는 좌익수로 시작했는데 덩치가 커서 5학년 때 1루수와 포수를 함께 봤다. 6학년 때는 포수인데 경기에 뛰려고 1루수를 했고, 중학교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포수를 본격적으로 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다.”
-방망이를 잘 쳤다고 하는데 왜 포수를 선택했나.
“처음에는 포수 장비 입은 모습이 멋있었다. 그런데 하다보니까 매력 있었다. 물론 힘들긴 하다. 경기가 끝나면 골반에 통증이 심해 운전이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포수를 해본 걸 후회한 적은 없다. 그만큼 재미있다.”
-포수의 매력이 뭔가.
“중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포수는 포수들만이 아는 희열이 있다. 내가 사인을 내서 삼진을 잡았을 때나 위기상황을 막았을 때 순간 기분이 최고다. 세리머니를 할 수 없는 포지션이라 티는 못 내지만 속으로 좋아한다.(웃음) 결과가 안 나오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도 나중에 동기부여가 되고 공부도 되니까 다 좋다.”

LG 유강남. 사진제공|LG 트윈스
● “강한 멘탈로 변모…독기를 품었다”
-2011년 LG 2차 7번으로 입단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신인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2차 7라운드면 전체 50번째다. 유망주로 입단한 것도 아니었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무조건 내 할 것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열심히 훈련했더니 갑자기 미국 플로리다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캠프에 가서도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했는데 용기를 내서 한 마디씩 하다보니까 점점 파이팅이 커졌다.”
-그 덕분인지 입단 첫 해 1군에 등록됐다.
“9월 23일 넥센전이었을 것이다. 1군에 올라가서 한 달간 머물렀다. 그때 1군 야구가 뭔지 처음 알게 됐다. 1군 생활이 정말 좋아서 그때부터 계속 1군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런데 막상 기회가 왔을 때 잘 못했다.”
-왜 그랬나.
“2011년에 김기태 감독님(현 KIA)이 2군 감독님이셨다. 2012년 1군 감독으로 부임하시고, 개막전 엔트리에 날 넣어주셨는데 내가 못했다. 마음에 상처가 될 만큼 실수투성이었던 데뷔전을 치르고 2군에 내려갔다. 후반기 다시 1군에 올라왔는데 그날 대수비로 나갔다가 나 때문에 팀이 졌다. 1군 등록 하루 만에 2군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정말 힘들었다. 결국 시즌이 끝나고 군에 입단했다.”
-전역 전과 후 유강남은 다른 선수였다. 상무에서 뭐가 달라졌나.
“가장 많이 변한 건 역시 멘탈이었다. 사실 군 입대 직후에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팔꿈치가 아팠다. 결국 그 해는 지명타자로서만 뛰고 이듬해 수술을 했다. 그때 LG가 가을야구를 했는데 그 모습을 TV중계로 보면서 ‘전역하면 저 자리에 뛰겠다’고 매일 생각했다. 숙소에서도 보강훈련을 하면서 독기를 품었다.”
-그 덕분인가. 전역 이후 2015년 두각을 드러냈다.
“2015시즌은 사실 마음이 편했다. 그때는 안타 하나, 홈런 하나만 쳐도 개인 커리어하이였다. 그런데 2016년 생각이 많아졌다. 2015년을 뛰어넘으려고 하다가 실패했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꼈다.”

LG 유강남-정상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정상호 선배와의 동거? 든든하다”
-LG는 정상호와 유강남 2인 포수체제를 구축했다. 정상호는 어떤 선배인가.
“정상호 선배님은 존재 자체로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시지 않나. 포스트시즌에 선배님이 하는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조언도 잘 해주신다. 와일드카드결정전(1차전 KIA에 패)이 끝나고 ‘괜찮다’고 위로해주시고, 세세한 부분을 짚어주셨다. 비단 포스트시즌뿐만 아니다. 정규시즌에도 내가 안 좋으면 따로 불러서 ‘이런 점은 좋았는데 이런 부분은 아쉬웠다’고 말씀을 해주신다. 정말 든든하다.”
-그래도 지난 시즌은 유강남이 100경기를 뛰면서 사실상 주전포수였다.
“내가 주전포수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쑥스럽다. 2015년도 그렇고 지난해도 그렇고 진짜 풀타임을 뛴 게 아니지 않나. 지금 당장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은 없다. 김정민 (배터리) 코치님이 ‘진정한 포수가 되려면 최소 5년을 바라보고 이 안에 정말 열심히 해서 경험을 쌓아야한다. 큰 경기도 많이 뛰어봐야 야구를 보는 눈이 생긴다’고 조언해주셨다. 아직까지는 부족하지만 좋은 포수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향해 묵묵히 노력하고, 야구만 신경 쓰려고 한다.”
-겨우내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마음과 몸으로 한 해를 시작하려고 체중을 6㎏ 감량했다. 포수는 무릎이 중요하기도 하고, 시즌 동안 계속 살이 쪄서 빼기로 결정했다. 항상 체중관리에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식이요법도 하면서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한다.”
-시즌 목표는 뭔가.
“아까도 말했지만 5년간은 구체적인 목표는 안 세우려고 한다. 앞으로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가고 싶다. 진정한 포수가 되기 위해 한 계단씩 밟아갈 생각이다.
● LG 유강남
▲1992년 7월 15일
▲182㎝, 88㎏
▲출신교=청원초~휘문중~서울고
▲프로 경력=2011 LG 입단~2013년 상무~2015년 LG
▲2016시즌 성적=타율 0.266(263타수 70안타), 8홈런, 28득점, 47타점)
▲2016시즌 연봉=8100만원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