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브레이크 걸린 블레이클리 타당한가

입력 2017-01-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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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재정위원회는 10일 지난달 KGC 입단을 거부한 마커스 블레이클리를 올 시즌 교체 및 대체 가능한 외국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선수 개인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BL, 결국 모비스 입단 가승인 요청 불허
교체·대체 가능 명단서 제외…시즌 아웃
KGC 계약 거부 발단…자율권 침해 논란

KBL은 10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모비스에서 가승인을 요청한 외국인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29)에 대해 ‘2016∼2017 KCC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교체 또는 대체가 가능한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블레이클리가 KBL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선발 규정 정신을 위배했다. 명확한 사유 없이 특정구단을 선택해 입단하려는 의도가 있었고, 그로 인해 KBL 구단간의 질서와 신뢰에 심각한 위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KGC는 지난해 12월 11일 가승인을 신청해 블레이클리 영입을 위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당시 블레이클리는 타 리그 진출을 이유로 KGC 입단을 거부했다. 이후 타 리그로 진출하지 않은 블레이클리는 다시 모비스 입단을 추진했지만, 10일 KBL 재정위의 결정으로 올 시즌에는 한국에서 뛸 수 없게 됐다.

그런데 KBL 재정위의 결론을 뜯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 하나 있다. “블레이클리가 KBL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선발 규정 정신을 위배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드래프트에선 선수가 구단을 고를 수 없다’는 전제에 따른 결론이다. 즉, 블레이클리는 먼저 가승인을 요청했던 KGC 유니폼을 입어야 옳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블레이클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KGC로 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모비스와 블레이클리 사이에 담합 또는 이면계약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KBL 재정위는 이를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모비스에 관련 자료나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모비스에 대한 의심만 커진 꼴이 됐다. 11일 모비스 관계자는 “이면계약이나 담합 같은 부정은 없었다. 그걸 조사라도 했더라면 이번 결정을 이해라도 하겠다”고 항변했다.

마커스 블레이클리. 스포츠동아DB


KBL 재정위는 그 대신 블레이클리가 이미 KGC와의 한 차례 협상을 불성실하게 진행한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봤다. 선수의 의사와 무관하게 KGC가 가승인을 신청했지만, 선수는 자신의 견해와는 상관없이 해당 구단과의 협상에 성실히 임했어야 한다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블레이클리는 지난해 12월 반드시 KGC로 가야 했을까’다. 일반적으로 시즌대체 또는 일시대체 외국인선수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KBL행을 결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구단은 시즌대체 또는 일시대체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 해당 선수의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으로 올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하고, ‘OK’ 사인을 받으면 가승인을 신청한다.

블레이클리의 경우는 달랐다. KGC가 지난달 블레이클리에 대한 가승인을 신청했을 때 선수측의 의사를 타진하지 않았다. 블레이클리는 당시 모비스에서 대체선수로 활약하며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또 당시 모비스도 블레이클리를 시즌대체 외국인선수로 영입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KBL은 블레이클리와 KGC의 협상에만 돋보기를 들이댔다.

KBL은 창립 이후 구단간 전력평준화를 이유로 선수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정을 대거 만들었다. 20년간 많은 규정을 손봤지만, 유독 선수들이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없게 하는 각종 규제들만큼은 여전하다. 이제 KBL은 회원사들의 이익 대변 못지않게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외국인선수 선발에 가승인 제도를 도입한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면서 여러 가치관의 충돌 속에 버둥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처럼, KBL과 그 구성원들도 새로운 시대정신에 눈뜨고 동참해야 시대와의 불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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