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정준하, 남한테 휘둘려야 빛나는 이상한 예능인

입력 2017-02-01 1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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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정준하가 익히 알려진 ‘성공 공식’을 깨고 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자기 계발 서적 속 이야기는 정준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다.

정준하는 지난해 말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으나 그는 끝내 ‘무한도전’에 함께 출연 중인 유재석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정준하의 과거 호감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떠올리면 그의 수상은 놀라운 감이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등쌀에 밀려 ‘쇼미더머니’ 도전부터 북극곰에 이르기까지 온갖 도전의 주인공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호감도가 상승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무한도전’의 7주 재정비 기간에 등장한 ‘사십춘기’는 정준하의 수동적 캐릭터가 또 빛을 발한 작품이다. 여기에서 정준하는 ‘무도’ 때와 다름없이 권상우에게 적잖이 휘말리며 재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십춘기’ 속 정준하의 모습과 역할은 ‘무도’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는 여전히 몸을 혹사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모험을 두려워한다. 기껏 가출을 해놓고도 “제주도에 가서 바다 낚시를 하자”고 말하는 모습은 그의 모험 기피증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권상우가 다양한 방법으로 정준하를 부추긴다. 빠른 결단력과 행동으로 정준하에 앞서 걷는 권상우의 모습은 ‘사십춘기’ 속 두 사람이 얼마나 다른 성향인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대조를 이루는 두 사람이 결국은 서로를 빛낸다. 조각몸매, 손태영 남편, 룩희 아빠로 가려진 배우 권상우는 일탈을 꿈꾸는 소년이 되고, 늘 ‘무도’에서 동생들의 구박을 받던 정준하는 왜 그가 이토록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시청자에게 이해시킨다.

결국 정준하는 남의 의지에 의해 휘말려야 빛나는 캐릭터다. 그가 뜻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을 때, 그러면서도 결국엔 성실하게 도전과 모험에 임할 때 대중은 자연스럽게 정준하를 재평가 한다.

2017년에도 정준하 대상 만들기 프로젝트 덕에 온갖 사건에 휘말릴 것이 예정된 그다. 시청자들을 위해 마음껏 남의 손에 휘둘려 주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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