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①] “왜 또 킹콩이냐고?”…‘콩’ 감독, 이유있는 자신감

입력 2017-02-15 12: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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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의 영화 역사는 무려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리우드에서 흑백 영화로 제작된 영화 ‘킹콩’(1933)은 1930년대에 특수효과를 이용한 작품이 등장했다는 의미로 높이 평가받은 작품이다. 이후 킹콩은 1976년에도 스크린에 모습을 비췄으며 2005년에는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세 번의 영화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킹콩은 미녀와 사랑에 빠지는 야수 등으로 이미지가 고착화됐다.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 또한 같은 마음. 그는 워너 브러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로부터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의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속으로 ‘왜 킹콩 영화를 다시 만드는 거지?’라고 생각했다고.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킹콩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차별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콩: 스컬 아일랜드’를 선택했을까.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진행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 내한 기자회견에서 연출을 맡게 된 과정과 제작기, 개봉을 앞둔 소감 등을 풀어냈다.

이날 그는 먼저 “한국과 서울을 사랑한다. 이곳은 나에게 정말 특별하다. ‘곡성’ ‘아가씨’ ‘밀정’ 등 한국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글로벌 투어를 준비하면서 내가 ‘한국에 꼭 오고 싶다’고 요청했다. 애정하는 한국에 와서 내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과학과 신화가 공존하는 섬 스컬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사상 최대 크기의 괴수 킹콩 탄생을 그린 영화로 ‘괴수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다. 워너브러더스는 이 작품을 필두로 괴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워너와 레전더리에서 ‘새로운 킹콩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연락이 왔다. 재밌긴 하겠지만 왜 새로 만드는지 의문을 가졌다. 킹콩 영화를 다시 만들려면 차별화를 줘야 하지 않나. 어떻게 하면 기존 영화와 차별화하면서 신선하고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지옥의 묵시록’을 비롯해 한국 영화 ‘괴물’과 ‘놈놈놈’ 등을 참고해 킹콩을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베트남 전쟁에서 영감을 받아 괴수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을 참고해 전통과 서구적인 시각을 혼합하면서 반전을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후반부가 되어서야 괴수가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킹콩이 초반에 등장하는 설정이나 괴물이 부정적인 진화를 거듭한 끝에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 등은 ‘괴물’에서 가져온 포인트다.


‘콩: 스컬 아일랜드’에는 킹콩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한 괴수사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괴수들이 총출동한다. 스컬 크롤러, 거대 거미, 초대형 버팔로 등이 등장해 콩과 최강 괴수들의 빅매치를 선보인다. 감독은 6개월간 호주, 하와이, 베트남 등 3개 대륙을 휩쓴 야심찬 촬영으로 완성했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괴수들은 모두 CG다. 모션 캡처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도 활용했다. CG 팀에서 마법을 잘 부려줘서 괴수들이 잘 구현됐다”며 “하지만 CG 외의 부분은 가급적이면 실제 현장에서 촬영하려고 노력했다.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베트남에서 촬영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쥬라기공원’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로케이션 촬영하면서 연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전의 킹콩 영화와의 차별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우리 영화는 킹콩이 뉴욕에 가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는 섬에서 벌어진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대부분의 킹콩 영화들은 기본적인 줄거리가 전작과 유사하게 리메이크됐다. 킹콩이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미녀와 야수’ 같은 이야기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보지 않았나.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괴수 영화고 전쟁 영화고 생존 영화다. 기존의 킹콩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300만 관객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사비를 들여서 한국에 다시 방문하겠다. ‘콩: 스컬 아일랜드’가 그만큼 큰 사랑을 받으면 워너에서 나를 초청해주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사비로 한국에 오든지 하겠다. 그때는 내가 팬들에게 소주를 공짜로 드리겠다. 소주를 정말 사랑한다”고 밝혔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이 그리는 한국 팬들과의 소주 파티는 실현될 수 있을까. 그가 연출하고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토비 켑벨 등이 출연한 ‘콩: 스컬 아일랜드’는 3월 9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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