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②] “할리우드 감독들 반성해야”…‘콩’ 감독의 韓 사랑

입력 2017-02-15 12: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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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친한파’ 할리우드 영화인이 또 있을까. ‘콩: 스컬 아일랜드’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이 전무후무한 ‘한국 사랑’을 보였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진행된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 내한 기자회견. 이날 행사에는 ‘콩: 스컬 아일랜드’를 연출한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이 참석해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한국과 서울을 사랑하고 한국 영화도 굉장히 좋아한다. 글로벌 투어를 하면서도 내가 먼저 ‘한국에 꼭 오고 싶다’고 요청했다. 애정하는 한국에 와서 내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과거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들과 비슷한 멘트였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지난해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으로 ‘곡성’ ‘아가씨’ ‘밀정’을 꼽았다. 모두 한국 작품. 국내 취재진의 선 질문 없이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이 먼저 나서서 언급한 부분이다.

그러면서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최근 한국에서는 미국 감독들을 부끄럽게 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다. 한국 영화들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르다”면서 “한국 영화들은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재밌다. 신선한 시각으로 주제를 바라보는 점이 좋았다. 나도 ‘콩: 스컬 아일랜드’를 연출하면서 이전의 킹콩 영화와 어떻게 차별화할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영화 제작자들과 관객들은 톤과 장르의 전환을 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영화는 톤과 장르를 오가면서 영화 특유의 분위기와 우아함을 표출하더라. 감동받았다. 나 또한 재밌게 웃기다가도 순식간에 진지하고 폭력적이고 어두운 장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관심을 많이 뒀다”고 털어놨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실제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놈놈놈’을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괴수가 부정적인 진화 끝에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나 진지하다가도 슬랩스틱으로 웃음을 유발했다가 순식간에 다시 진지해지는 연출 방식은 ‘괴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놈놈놈’처럼 전통과 서구적인 시각을 혼합하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봉준호 김지운 박찬욱 감독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전했다.

한국 관객들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워너의 영화가 ‘인터스텔라’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배트맨이나 슈퍼맨 들의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인터스텔라’가 가장 흥행한 것을 보면 한국에 지적이고 깊이 있게 고민하는 관객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한국에 내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서 더욱 영광”이라고 털어놨다. ‘인터스텔라’는 2014년 개봉해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한 후 2016년에 재개봉한 바 있다.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은 향후 한국 스태프와의 협업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기회가 없었다. 협업은 당연히 기대된다”며 “미국에서는 장르 영화가 홀대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악마를 보았다’ ‘괴물’ ‘올드보이’ 등을 보면 연출과 연기가 한 단계 고차원적이고 특별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소주를 정말 좋아한다. 소주의 나라에서 내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는 조던 복트-로버트 감독. 그의 한국 사랑이 짝사랑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관객들에게서 응답받을 수 있을까.

그가 연출한 ‘콩: 스컬 아일랜드’는 과학과 신화가 공존하는 섬 스컬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사상 최대 크기의 괴수 킹콩 탄생을 그렸다. 워너브러더스는 이 작품을 필두로 괴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괴수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는 ‘콩: 스컬 아일랜드’는 3월 9일 개봉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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