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그후①] 수익 없는 ‘불법한류’만 부추긴 6개월

입력 2017-02-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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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등 한류 콘텐츠 불법 유통
수익 연결 안 돼 허울만 좋은 한류

‘한한령(韓限令)’이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를 엄습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한류 콘텐츠 제한 조치가 더욱 강화했다. 한류스타들의 현지 무대는 막혔고, 한중 합작 콘텐츠 제작 기류 역시 예전 같지 않다. 반면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도깨비’ 등 일부 콘텐츠는 불법다운로드를 통해 현지에서 널리 유통됐다. 이 같은 콘텐츠의 불법적 유통으로 그나마 한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느냐고 할 정도로 역설적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해 가을 ‘한한령’ 관련 조치가 현실화한 지 6개월여, 중국 한류의 현주소를 짚는다.


● “엎어지고 기다리고…막대한 손실”

피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중국 방영은 쉽지 않다. 한국가수들의 현지 공연도 암묵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김우빈과 수지는 팬미팅을 취소해야 했다. 12월 KBS 2TV ‘화랑’은 2회까지 동시 방송하고 3회부터 중단됐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중국 시청자를 겨냥했던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현지 방송담당 정책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의 심의를 기다리다 포기하는 형국이다. 그 완료 시점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아직 동시방송을 추진 중이지만 불투명하다. 엑소의 난징 콘서트도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 한류 관련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도 까다로워졌다.

지난해 가을 ‘소문’처럼 확산됐던 ‘한한령’이 현실화한 뒤 최근에는 중국 정부 당국이 현지 콘텐츠 제작들에게 한국과 합작 등을 하지 말라는, 구체적 지침을 내렸다는 시선까지 흘러 나왔다. 한 마디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에 관해 정식으로 인정한 바 없다.

그 사이 ‘도깨비’는 불법 경로를 통해 현지에서 유통됐다. ‘공짜’로 공개된 셈이다. 중국과 동시방송을 위해 심의를 신청한 한 드라마 관계자는 “결국 불법이지 않느냐. 이를 한류라 치켜세우는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 “그럼에도 서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2000년대 가장 큰 규모였던 일본 한류시장은 이미 오래 전 얼어붙었다. 대만과 태국, 홍콩 등은 중국에 비해 그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한국 콘텐츠를 포기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아직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태양의 후예’는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VIP 회원들에게만 동시 공개됐다. 총 16부작인 드라마를 보려면 19.8위안(약 3300원)의 1개월 회원권을 두 번 끊어야 한다. 방영 기간 아이치이의 유료 회원수는 기존 1000만명에서 500만명이 늘어났으며, 현지 언론은 이를 ‘태양의 후예’ 효과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아이치이는 48억(회당 25만 달러)에 판권을 구입해 회원권만으로 약 350억원의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한 관계자는 “현지 동영상사이트들은 아이치이와 같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국내 한류 관계자들은 이전처럼 공개적으로 나서진 못하지만 여전히 현지와 긴밀히 교류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류 관련 ‘가짜 뉴스’도 많고, 수시로 상황이 바뀌어 앞날을 가늠할 수 없다.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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