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루트와 신현희(위부터)는 “수학 기호처럼 모든 이를 포용하는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어” 각각 예명과 본명을 내세웠다. 이들은 “다른 색과 어울려 더 예뻐지는 흰색”의 음악을 꿈꾼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루트오빠 이름은 수학기호
난 본명이 유명해지고 싶다”
‘오빠야’ SNS 인기 신현희 흥 때문
같은 연주하는 나조차 구경하게 돼
찬바람이 매섭던 1월 중순. 신현희와 김루트(이하 신루트)에겐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 인터넷 방송의 인기 BJ가 이들의 노래 ‘오빠야’를 따라 부르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SNS상에서 ‘오빠야’ 커버 열풍이 불었고, 주요 음원사이트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22일 현재도 멜론 실시간 차트 20위권이다. 덕분에 최근 바빠진 이들은 TV와 라디오 출연, 매체 인터뷰, 각종 행사와 페스티벌 섭외, 광고모델 제안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잘 됐다” “축하한다”는 주변의 달뜬 반응과는 상관없다는 듯 신루트는 “아직 체감을 못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을 뿐이다.
“길거리에서 우리 노래가 많이 나온다. 인터넷에 커버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이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 대중과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는 사실만이 너무 좋다.”
이들이 한 번 공연을 하고 나면 다시 찾는 사례가 많다. 신현희가 뿜어내는 ‘흥’이 보는 이들을 유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빠야’ 커버 영상이 SNS를 강타하는 것도 그 ‘흥겨움’ 덕분이다. 김루트마저 “같이 연주하면서 나조차도 (신)현희의 흥을 구경하게 된다”고 했다.
“무대에 있을 때가 참 행복하다. 무대가 행복하지 않다면 단칼에 그만둘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행복하다. 더할 나위 없다. 너무 무대에서 놀다보니 못 생기게 나온 사진도 많다. 관객이 예쁜 사진으로 좀 골라서 올려주셨으면 좋겠다. 하하.”(신현희)
신현희와 김루트는 대구에서 함께 밴드를 하던 동료였다. 김루트가 먼저 상경해 도시락 배달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기회를 노리던 때, 신현희가 디자이너의 길을 중단하고 음악을 하겠다며 뒤따라 상경했다. 2014년 ‘캡송’을 시작으로 작년 12월 ‘다이하드’까지 8장의 싱글은 대부분 신현희가 작사, 작곡했다.
김루트는 수학 기호에서 이름을 땄다. 루트가 모든 수를 포용하듯,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신현희는 “본명이 유명해지고 싶어” 예명을 쓰지 않았다. 본명으로 유명해지면 음악을 반대하던 부모도 인정해주실 걸로 여겼다. 신현희는 “어머니가 평소 잘 하지 않던 말씀까지 해주시면서 매우 좋아하신다”며 하하 웃었다.
남녀 듀오는 가끔 커플로 오해하는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신루트는 “각자 교제하는 사람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차트 역주행’으로 돈은 좀 벌었느냐는 말에는 “(정산을 하려면)몇 달 더 있어야 한다. 우리도 궁금하다”고 했다.
때 묻지 않은 음악성과 흥에 넘치는 무대매너, 공감 가는 노랫말로 인기를 얻는 신루트는 음악으로 모두가 행복하길 바랐다.
“우리는 색깔로 치면 흰색이다. 어떤 색도 흰색과 섞이면 예쁜 색깔이 된다. 본질적으로 순수하고 예쁘지만, 여러 색을 섞었을 때도 새롭고 예쁜 노래가 되길 바란다. 어떤 장르나 색깔에 우리를 가둬두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다. 우리가 음악으로 행복해 우리를 보는 분들까지 행복했으면 좋겠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