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에서 3~4선발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선발진 이대은(왼쪽)은 22일 요코하마와 연습경기에 등판,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다. 전통적으로 국제대회에서 미국과 중남미에 강한 잠수함 투수 우규민은 2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사진|스포츠동아DB·KBO
WBC대표팀 이대은. 사진제공|KBO
● 마음이 앞선 이대은, 아쉬웠던 첫 실전등판
이대은은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려 19일 처음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그리고 22일 요코하마와 연습경기에 8회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다. 사실 이대은의 등판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전날 훈련 도중 차우찬이 발목을 살짝 접질려 대체 투수가 필요했고, 코칭스태프는 20일 캠프에 도착했지만 미국에서 몸을 착실히 만들어온 임창민(NC)의 첫 실전등판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대은은 강하게 등판 의지를 내비쳤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2-1로 앞선 8회말 등판한 그는 요코하마 외국인타자 아우이 시리아코에게 우측 펜스를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를 시작으로 연속 안타를 내줬다. 1사 2·3루서 미네이 히로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1이닝 동안 26개의 공을 던지면서 3안타 1볼넷 2실점했다. 경기 후 이대은은 “지난해 9월에 던지고 처음이었지만 그렇게 낯설진 않았다. 감은 나쁘지 않았는데 오랜만이라 공이 좀 높았다. 변화구도 더 낮게 던졌어야 했다. 내가 준비를 많이 못했으니 최대한 많이 던져야 한다. 제구에 좀더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1라운드에서 이대은 대신 우규민을 선발투수로 써야할 것 같다”며 선발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상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우규민 역시 선발자원인데다, 오른손 언더핸드 투수에게 약점을 자주 노출하는 대만 등에 이점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대은은 타이브레이커 게임이 발생할 경우, 혹은 2라운드에 올라가면 다시 이대은을 선발로 기용하면 된다.
WBC대표팀 우규민. 스포츠동아DB
● 1라운드는 우규민 선발 기용, 2이닝 무실점 쾌투
우규민은 이날 선발 양현종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2안타 1삼진 무실점하면서 첫 실전부터 순항했다. 김인식 감독의 최종 사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우규민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 있는 상황이다. 우규민은 “처음 치고는 생각보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 좋았다. 또 3회와 4회, 포수 (양)의지와 (김)태군이와 호흡을 맞춰봤다. 아직 100% 만족스러운 피칭은 아니었다. 공인구의 감각에 아직 믿음이 없다. ‘빠지거나 밀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제구력과 공인구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선 귀국 후 평가전에서 한 차례 선발등판할 것이란 언질을 받은 상황. 결국 이대은 대신 우규민이 1라운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이대은은 역시 본인의 마음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 덜 됐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이 맞았다. 오버워크하는 걸 제일 주의해야 한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던지는 걸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표팀은 2-3으로 역전패하며 오키나와에서 치른 2경기 모두 패했다. 2회 양의지의 역전 2점홈런이 나왔지만, 승패보다는 타자들의 적응에 만족해야 했다. 김 감독은 “그래도 지난 경기보다는 타자들이 맞히는 게 좋아졌다. 좋은 타구가 나왔다. 한국에 가서 평가전을 치르면서 좀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키나와(일본)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