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 WBC 당시 정현욱.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딴 거 있나요. 자기 공 던지면 돼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웅’ 중 하나가 정현욱(39) 현 삼성 투수코치다. 그는 당시 쉴 틈 없이 마운드에 올라 상대 타선을 꽁꽁 묶으면서 ‘국민노예’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실제 그는 일본과 1라운드 경기(1.1이닝 1삼진 무실점)를 시작으로 9경기 중 5경기에 등판했다. 1승 1홀드 방어율 1.74(10.1이닝 2실점)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결정적인 장면도 많았다. 특히 결코 질 수 없는 일본전에서 이나바 야쓰노리,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등 쟁쟁한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상대의 전의마저 떨어뜨렸다.
정현욱의 가장 큰 무기는 빠르고 묵직하게 미트에 꽂히던 직구였다. 여기에 낙차 큰 포크볼과 커브에 상대타자들은 속절없이 허공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 코치는 2009년 WBC 얘기를 꺼내자 “어느새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WBC는 정 코치에게 첫 태극마크였다. 국제대회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던 그는 이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생활을 하고 있다.
정 코치는 첫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로 “포수의 미트 보고 그저 공을 꽂아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게 없다. 그때는 내가 막으면 이긴다는 생각 하나만 하고 등판했다”며 “포수 미트만 보고 공을 던졌던 것 같다. 그랬더니 막아졌다”고 설명했다.
2017 WBC를 준비하는 투수들에게는 “네 공을 던져라”라는 조언을 건넸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여러 개 있지만 이중에서도 WBC는 야구 선수들이라면 꼭 나가보고 싶은 대회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이는 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 현재 대회를 준비 중인 대표팀도 1라운드부터 강한 전력을 구축한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만난다. 정 코치는 “이번에 잘 할 것 같다”며 전망하고는 “투수들이 (어떤 팀이나 타자에 상관없이) 자기 공만 던지면 좋겠다. 그래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대회를 해봤더니 오히려 KBO리그가 더 까다롭고 머리 아프다고 느꼈다”며 “부담 없이 자기 공을 던진다면 한국이 3라운드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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