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독점해 가격 높아” vs “안전유통 위해 한정”

입력 2017-03-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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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심장사상충 약 판매를 두고 동물약국협회와 동물병원협회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동물약국에 동물용의약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대한동물약국협회장

■ 동물용의약품 심장사상충 예방약 판매 갈등

동물병원-약국 이해관계 대립
정부 수수방관…소비자만 피해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처럼 의술(醫術)의 경우 진찰과 약 조제가 분업화 돼있다. 하지만 동물의 경우 동물병원에서 약국에는 유통되지 않는 약을 독점, 처방하고 있어 병원과 약국 간에 이해관계 대립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동물약국에 공급하는 것을 거절한 3개 제약업체와 동물약국에 약품을 공급하지 말 것을 종용한 수의사 5명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

반려동물 심장사상충은 심장에 연결된 동맥에 자리 잡고 자라난 기생충으로 피를 폐로 보내는 것을 방해해 심각한 질병인 심부전증을 유발한다. 초기에 증상을 발견하기 어려워 1달에 1번 예방약을 투여하거나 몸에 발라주고, 1년에 1번 감염 검사할 것을 권장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약 ‘레볼루션’과 ‘애드보킷’의 동물병원 공급가는 5600∼6600원 수준인 반면 소비자가격은 1만4000원 정도로 2∼3배가량 높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매달 예방약을 소비해야하는 반려인들에겐 부담으로 직결된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의 독점시장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메리알코리아가 심장사상충 예방제 ‘히트가드’를 국내 독점 판매상인 에스틴에게 공급하면서 유통 채널을 동물병원으로만 제한해 시정명령을 받은바 있다.

하지만 제약사 벨벳 측은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동물병원을 통해 유통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물 심장사상충 약을 두고 제약사와 수의사, 동물약국 측의 의견이 갈리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한동물약국협회 김성진 위원장은 “수의사의 처방 대상 의약품조차도 약국에 공급되고 있는데 일반 동물의약품인 심장사상충 약이 약국에 들어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농림축산부가 지정한 법에서도 심장사상충 약은 병원과 약국에 공급이 가능한 약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의사 처방제 시행 3년 동안 동물병원이 독점해 사용할 수 있는 약을 사용할 뿐 처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보호자가 믿을 수 있는 합리적인 처방을 위해선 수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동물병원협회 측 입장은 다르다. 허주형 회장은 “심장사상충 예방약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심장사상충의 마이크로 필라리아(유충)나 심장사상충을 죽이는 약”이라며 “마이크로 필라리아는 문제없지만 심장사상병 성충을 가진 동물이 약을 먹었을 경우엔 몸 안에 성충의 사체가 남아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관을 막게 돼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서 검사 후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동물의약품이 무분별하게 유통된다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므로 협회에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현 수의사 동물의약품 처방제의 범위가 확대되고 주사용 항생물질·생물학적 제제를 제외한 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약사예외조항’이 보완된다면 약국에서 처방전을 통해 구매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년 동안 비슷한 논쟁이 반복되면서 소비자와 병원간에 불신이 생기고 약사와 병원간의 갈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림축산부는 이 문제에 대한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아 문제가 더욱 심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물의 생명과 연관된 의료문제인 만큼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보완이 촉구되는 바이다.

김담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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