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자, 봄바람 머금은 연홍도에서는

입력 2017-03-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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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봄기운 속에 마을 골목길을 거닐면서 ‘슬로우 투어’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고흥 연홍도 전경.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의 선명한 지붕색과 푸른 하늘, 다도해 섬에서 볼 수 있는 부드러운 해안 곡선이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고 있다.고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봄 가득한 힐링투어…고흥을 가다

환한 미소로 발길 붙잡는 연홍도 벽화
둘러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다도해

팔영산 편백나무 숲길과 능가사 동백
하얗게 물들이는 매화꽃 고흥의 봄잔치

고흥은 섬의 고장이다. 푸른 남해 바다를 아기자기 수놓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품에 안은 이곳에는 24개의 유인도를 포함해 230개의 섬이 있다. 거금도, 나로도, 소록도부터 아담한 크기의 연홍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섬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매력이 있다. 요즘 고흥은 화사한 꽃내음과 함께 찾아온 봄소식이 한창이다. 동백, 매화가 3월 들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바다 물빛도 화창한 봄햇살을 받으면서 쪽빛이 한결 짙어졌다. 겨우내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새로운 활기를 느끼는 힐링투어를 생각한다면 고흥을 첫 후보지로 꼽아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 보석같은 섬에서 느낀 슬로우 투어, 연홍도

볼 것 많은 고흥에서 연홍도는 숨겨진 작은 보석같은 섬이다. 말 모양을 닮은 면적 0.55km²의 작은 섬으로 50여 가구가 산다. 녹동항에서 금당도행 배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거금도 서쪽 끝 신양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배로 불과 3분 거리여서 신양선착장에서 보면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선착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백색 소라고둥을 비롯해 포구 곳곳을 장식한 다양한 미술품과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하얀 벽에 그려진 때론 정겹고, 때론 미소를 살짝 짓게하는 다양한 벽화를 보며 느긋하게 마을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힐링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금당도가 바로 옆에 있어 파노라마처럼 장쾌하게 펼쳐진 다도해의 절경 금당적벽을 코앞에서 원 없이 볼 수 있는 것은 연홍도 나들이의 덤이다. 폐교를 활용한 전국 유일의 섬마을 미술관 ‘연홍미술관’도 빼놓지 말자. 2012년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입어 현재 리모델링 중인데, 4월7일 ‘섬 여는 날’ 행사 때 재개관할 예정이다.


● 몽돌해변서 ‘멍 때려기’ 해볼까, 거금도

고흥군에서 가장 큰 섬으로 원래 제주도, 울릉도에 이어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섬 중 세 번째로 컸다. 하지만 2011년 거금대교가 완공되면서 이제 차량으로 갈 수 있다. 섬 둘레에 조성된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드라이브 코스가 이곳 여행의 백미다. 해안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그림같은 어촌마을 오천항부터 갯바위 낚시터 등의 명소가 이어지고, 바다 쪽으로는 오밀조밀한 다도해 섬들의 풍경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오천 몽돌해변은 고흥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이다. 어른 상반신보다 큰 거대한 몽돌바위부터 아기 손보다 작은 작은 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몽돌이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해변 분위기도 호젓하고, 파도도 잔잔해 몽돌 바위에 앉아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요즘 유행하는 ‘멍 때리기’를 하는 것도 괜찮다.

고흥 연홍도에서 바라본 금당도 금당적벽. 연홍도는 섬 자체의 경치도 매력이지만, 다도해를 내려다보는 경치도 멋지다. 특히 연홍미술관을 비롯해 섬 곳곳에서 다도해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금당도 적벽이 마치 손에 잡힐 것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만날 수 있다. 고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마음이 맑아지는 아기사슴 성당, 소록도

소록도는 죽기 전 꼭 가야 할 국내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다. 4.4km²의 작은 섬이지만 울창한 송림과 백사장이 아름다운 소록도 해수욕장, 일제 강점기 한센병 환자들이 가꾼 것으로 알려진 중앙공원 등의 볼거리가 있다. 국도 27호선을 이용해 소록대교를 거쳐 섬 주차장에 도착하면 도보로 국립소록도병원과 중앙공원까지 관람할 수 있다. 숙박이 금지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다소곳한 자태의 아기사슴 소록도 성당이 있다. 1번지 성당(관사성당)과 2번지 성당(병사성당)이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 지은 병사성당은 등록문화재 659호에 올라 있다. 관사성당 뒤 정원에서 녹동항을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 고흥의 랜드마크, 팔영산과 능가사

남해의 해변과 섬만 둘러본다면 고흥의 매력을 반만 발견한 것이다. 팔영산은 고흥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곳이다. 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팔영산이라 이름이 붙었는데, 높이는 609m로 높지 않지만, 산세가 수려하고 제법 험하다. 정상에서 다도해를 바라보는 경치도 멋지지만, 산자락에 있는 유서 깊은 사찰 능가사 대웅전 앞에서 팔영봉을 올려다보는 풍광도 못지않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피톤치트 성분이 높은 편백나무숲이 416ha에 걸쳐 조성돼 있다. 30∼40년생 아름드리 편백나무들로 10km 정도의 숲길은 산림치유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때 창건, 1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고찰이다. 보물1307호인 대웅전을 비롯해 목조사천왕상, 범종, 사적비, 불상 등이 대표적인 문화재다. 사찰 앞마당에 큰 동백나무와 벚나무가 있는데, 요즘 동백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방문객을 맞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 잔치, 인학마을

고흥에서 봄꽃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명소이다. 매실을 재배하기 위해 가꾼 매화나무들이 산비탈에서 일제히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다. 3월 초 방문했을 당시 절반 정도 개화를 했는데, 3월 중순이면 산중턱을 하얗게 물들이는 매화꽃 잔치를 만날 수 있다. 인근에 커피사관학교가 있어 오가는 길에 들려 바리스타 체험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고흥|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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