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민효주 역을 맡은 배우 구재이 역시 남들보다 조금 늦게 연기를 시작해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모델이 되어 또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연기는 이제 그녀에게 가장 재미있고 열심히 하고 싶은 분야가 됐다.
“지난 8개월 동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촬영하면서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촬영장에 가는 게 정말 좋았어요. 이렇게 긴 호흡의 드라마도 처음이었고 드라마 속 갈등구조의 한 가운데에 있어 본 것도 처음이에요. 8개월 동안 마치 한 회사의 신입사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구재이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라는 훈훈하고 밝은 가족극 안에서 유일하게 그 누구의 사랑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캐릭터였다. 후반부에 갈수록 더욱 안쓰러워 보이는 걸 결코 기분 탓만은 아니다.
“드라마 안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니까 약간의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남편 동진(이동건)에게도 그렇고 심지어 가족들 안에서도 소외 받는 느낌이었죠. 그래도 후반에 가면 효주도 짝을 지어줄 거라고 믿었는데 끝까지 안 주시더라고요.”
이렇게 외로움(?)으로 가득찬 작품이었지만 구재이에게도 성과는 있었다. ‘동진이 전처’, ‘월계수’라고 부르며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었다. 거기에 늦게 시작했기에 더 어려웠던 연기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
“제가 연기를 어린 나이에 시작한 건 아니지만 그거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늦은 나이에 시작을 해서 연기에 더 의욕을 보이고 욕심을 내는 거라고 생각하죠. 종종 ‘30대 여배우라서 불안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제 삶의 굴곡도 많이 겪었잖아요. 조바심은 나지 않아요.”
하지만 구재이는 결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태도를 가진 배우가 아니다. 오히려 “차도녀 이미지가 있는 건 알지만 밝고 웃긴 면도 있다. 다른 모습을 보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장르물,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한 야심(?)도 마음껏 드러낸다.
“사실 연기라는 걸 제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우연히 모델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진 후 ‘연기를 해보라’는 말을 들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연기를 할 때에도 제가 가진 목소리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마치 연기하는 걸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것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아직도 연기에 대해 더 배워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구재이다. 그래서 그에게 ‘월계수 양복접 신사들’과 함께 한 경험은 여러 의미에서 행운이다. 이 작품은 구재이의 성장에 완벽한 밑거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저조차도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또 효주를 연기하기 위해 그 친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는 방법도 배웠어요. 앞으로도 어떤 캐릭터와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됐으면 해요. 그러려면 당연히 지금보다 연기를 훨씬 잘해야 겠죠?”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