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어린이날 3연전·100장 예매취소의 의미

입력 2017-05-0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세먼지와의 전쟁. 7일 LG-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에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팬들이 상당수였다. 미세먼지가 건강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측면에서 경기 중단 기준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올해로 21번째 맞붙는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의 어린이날 더비는 KBO리그 최고의 빅 이벤트 중 하나다. 특히 올해는 5~7일 어린이날 3연전이 금토일 황금주말에 치러졌다. 3일 석가탄신일, 9일 대통령선거까지 더하면 최장 11일의 긴 연휴가 이어진다. 특히 많은 초등학교가 4월30일부터 5월7일까지를 임시방학으로 정했다. 꿀맛 같은 긴 휴일의 정점인 ‘어린이날 더비’ 잠실 3연전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거웠다.

‘엘린이’로 불리는 LG, ‘두린이’ 두산 어린이 야구팬들에게 토요일 6일 경기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총 2만5000석 중 900여장의 예매표가 경기 전 취소됐다. 비 예보가 없는 주말 연휴 빅 매치 경기에 갑자기 900여장이 예매 취소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서울 하늘은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가 매우 심각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1세제곱미터에 최고 432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경기도는 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하고 오후 2시부터 ‘어린이·노약자 실외활동 금지’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6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중국발 짙은 황사의 영향으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치인 가운데 야구팬들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현장에서는 관중과 선수, 특히 어린이 팬들을 위해 경기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KBO 규정은 미세먼지에 대단히 관대하다. 제27조에 미세먼지 주의보(400마이크로그램 이상)가 내려지면 경기감독관의 판단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어린이날 잠실구장 미세먼지는 300마이크로그램을 오갔다. 규정대로 경기 취소는 없었다. 대신 선수와 팬 모두 3시간 이상 목이 아프고 눈도 따가운 불쾌한 고통에 노출됐다. LG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하기도 했다. 두산 김태형, LG 양상문 감독 모두 “팬들과 선수들의 건강이 염려 된다”고 했다. 많은 팬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관람했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관중 상당수가 경기 진행 중에 집으로 귀가하는 장면이 이어지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나쁨이었던 7일 잠실 경기도 약 100여장의 예매취소가 나왔다. 7일 오후 2시 잠실구장 미세먼지 농도는 143마이크로그램으로 ‘매우 나쁨’ 단계였다.

어린이날 어렵게 구한 야구티켓을 포기한 1000명의 팬, KBO와 각 구단이 매우 심각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받아들여야할 의미 있는 큰 숫자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