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 바람을 지배하는 자

입력 2017-05-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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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바람·맞바람 잘 읽는 선수들 성적 우수

요즘 미사리 경정장에는 매일 강한 바람이 분다. 실내 스포츠와는 달리 경정은 사방이 트인 수면에서 경기가 열리다 보니 수온과 기온, 바람 같은 환경요인이 경주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 가운데 바람의 영향이 크다.

요즘처럼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에는 풍속과 풍향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한다. 바람의 흐름을 읽고 활용할 줄 아는 선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경정장 수면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바람이 분다. 통상적으로 등바람과 맞바람으로 나눈다. 등바람은 2턴 마크에서 1턴 마크 쪽으로 부는 북풍 또는 북서풍을 일컫는다. 경정 선수들이 가장 까다로워하고 위험 부담을 느끼는 바람이다. 경정 선수들은 여러 상황에 맞춰 자신만의 스타트 타이밍을 잡는다. 하지만 갑자기 뒤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면 자칫 스피드가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붙어 플라잉을 할 수 있다.

스타트를 잘 끊더라도 1턴 마크를 돌아나가면 바람을 정면으로 맞게 된다. 이 때 정교하게 선회하지 않으면 스피드가 떨어지거나 회전각을 좁히지 못해 경쟁자에게 공간을 내줄 수 있다. 14회차 4월26일 수요일 4경주가 좋은 예다. 당초 김계영과 어선규의 우승이 점쳐졌다. 경주 당시 초속 5m의 강한 북풍이 불었다. 김계영과 어선규는 0.2초대의 스타트를 끊었으나 1코스의 이진휘가 좀 더 빠른 0.15초의 공격적인 스타트로 주도권을 잡으며 쌍승식 31.5배를 터뜨렸다. 입상 후보 2명이 2,3착을 했지만 평소 김계영과 어선규가 안정적인 경주 운영을 선호하고 찌르기가 주전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충분히 이진휘의 우승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경주였다.

반대로 1턴 마크에서 2턴 마크 쪽으로 부는 남풍과 남동풍을 맞바람이라고 한다. 맞바람이 불면 스타트 때 평소보다 가속이 늦어진다. 1턴 선회 이후에는 뒤에서 바람이 보트를 밀어주는 효과를 보지만 1주 2턴 마크 선회 때 바람을 정면에서 맞아야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위험하다.

13회차 4월20일 목요일 3경주에서는 1코스의 서화모가 우승 후보로 평가됐다. 당시 초속 3m의 남동풍이 불었다. 갑작스런 맞바람에 안쪽의 서화모와 이동준은 0.34초의 늦은 스타트를 했다. 3코스의 박진서가 0.15초, 0.19초를 끊은 5번 최재원이 나란히 선두권을 형성하면서 28.9배의 배당이 나온 것이 좋은 예다.

통상적으로 등바람은 시속을 붙여 안쪽 코스에 역습을 할 수 있는 아웃코스가 유리하고 맞바람일 때는 조주거리가 짧은 인코스의 입상비율이 높다.

물론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정답은 없다. 결과만 있을 뿐이다. 경정전문가들은 “바람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성과 모터 배정에 따라 경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환경 변수를 잘 읽고 주어진 조건을 정확하게 활용할 줄 아는 선수를 찾는 것이 좀 더 적중 빈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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