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서점가 강타한 ‘드라마셀러’, 책과 PPL의 찬란한 만남

입력 2017-05-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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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난 드라마, 어떤 홍보 안 부럽다.” 인기 드라마에 책 한권이 소개되면 그 효과가 엄청나다. 이를 ‘드라마셀러’라 부른다. 사진은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팬으로 등장하는 임수정이 작가 유아인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장면. 사진제공|tvN

인기 드라마 ‘책 구절 소개=대박’ 공식
협찬금액 평균 8000만∼1억원에 달해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임수정이 유아인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하며 마음을 위로한다. 평소 예민함이 극도에 달했던 유아인은 한 구절을 읽으며 편안해 한다.

지난달 22일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시카고 타자기’의 한 장면이다. 유아인이 임수정의 진심을 알게 된 책은 정희재의 에세이집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이후 방송에서도 해당 구절이 한 차례 더 소개되면서 책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다. 14일 현재 교보문고 등 각종 온라인서점의 베스트셀러 3위에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 서점은 ‘설(임수정)이 세주(유아인)에게 건넨 위로의 책’이라는 문구와 당시 방송 장면을 내세워 홍보 중이다. 이 장면은 드라마 제작사와 출판사 갤리온이 간접광고(PPL) 형태로 계약을 맺고 나왔다. 앞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은 ‘사랑의 물리학’을 포함해 시 101편의 필사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도 간접광고로 공개됐다.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고,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측은 전년 대비 14.2%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통해 소개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사의 품격’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벨이 울리고’, ‘상속자들’의 ‘꼭 같이 사는 것처럼’, ‘별에서 온 그대’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등도 간접광고다.

이처럼 책이 드라마를 잘 만나 ‘대박’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드라마셀러’(드라마+베스트셀러)라 부른다. 넓게는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에 노출돼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미디어셀러’라 칭한다.

책은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책장에 책을 꽂아놓는 수준의 드라마 소품으로도 사용하기 어려웠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PPL에서 출판업계의 벽이 가장 높은 편이었다. 출판사들은 PPL은커녕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홍보용으로 협찬을 해달라는 제의도 거절했다”면서 “몇몇 드라마가 대박나 책이 대대적으로 홍보가 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후 책 속 문장이 드라마 대사 등으로 활용되면서 대형 출판사 측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관계자는 “간접광고 방식에 따라 협찬 금액은 천차만별”이라며 “주인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면 가장 비싸게 책정된다. 적게는 3000만원선도 있지만, 평균 8000만원∼1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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