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출구 “‘쇼미’ 초기, 래퍼들에게 힙합 변질 프로그램” [화보]

입력 2017-06-02 16:5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서출구 “‘쇼미’ 초기, 래퍼들에게 힙합 변질 프로그램”

래퍼 서출구가 bnt 화보 촬영에서 거침없이 반전 매력을 뽐냈다.

서출구는 이번 화보에서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섹시하게 눈빛과 포즈를 바꿨다. 특히 길거리에서 셔츠와 블랙 팬츠를 입고 촬영한 스타일은 그가 한번쯤 도전하고 싶었던 콘셉트 중 하나로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색다른 느낌이 담겨 있다.

서출구의 매력은 프리스타일 랩을 할 때 가장 돋보인다. 그는 “무명 시절에는 하루에 3~4번씩 랩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랩을 계속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다 하하. 아마도 쓸데없는 고집과 자존심 때문에 포기하지 못한 것 같다”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랩을 너무 못해서 무시를 많이 받았다. 손자병법 같은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연습했다. 2012년도 ‘프리스타일데이’ 랩 배틀에서 우승한 후 자신감이 붙었다. 사실 상대방을 디스 하는 랩은 제 스타일이 아니다. 성격이 소탈하고 유쾌한 편이라 거칠고 무거운 힙합은 나랑 안 맞다. 그래서 배틀 랩을 하고 나면 마음이 황폐해지는 기분이다.”

‘바른 청년’ 서출구도 한때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만 13살에 친형과 단둘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외톨이였다. 밸런타인데이 같은 날 선물은 많이 받지만 정작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말 힘들고 외로웠다”며 어릴 적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등학교가 사립이었기 때문에 돈이 꽤 필요했는데 그때 미국 경제 위기가 터졌다. 리먼 브라더스 회사가 망했고 환율은 1600원까지 올랐다. 고등학교 학비와 홈스테이에 들어가는 돈이 부담스러웠다. 마침 미국 ACT 시험을 쳤는데 점수가 괜찮아서 학비를 일 년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으로 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하고 만 16세에 장학생으로 미국 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방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황 시절 어머니랑 말다툼을 하던 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찍기도 했다. 심하게 방황을 해서 심리 상담 치료도 받았다. 방황하며 겪은 감정은 현재 가사를 쓸 때 도움이 된다. 직접 겪어본 만큼 다양한 감정선과 이야기를 다룰 수 있더라”고 말했다.

만 16세 어린 청년 서출구에게 꿈은 없었다. 그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과 훗날 가정을 꾸렸을 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랬던 서출구가 처음으로 품은 꿈은 국제 변리사였다. “수학과 영어를 잘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직업으로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국제 변리사에 관심이 생겼다.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하하.”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군 입대를 위해 대학교에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중퇴로 처리됐다. 그는 제대 후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더욱 랩에 집착했다.

어느덧 프리스타일 랩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서출구. 그가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기 시작한 건 Mnet ‘쇼미더머니4’ 이후다. 그는 “지금 ‘쇼미더머니’는 방향성이 좋게 평가되고 있지만 처음에는 래퍼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진정한 힙합이 아니고 변질됐다고 여겼다. 그래서 출연했을 때 생각이 많았고 결국 완벽하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출구의 친근한 매력이 돋보인 JTBC ‘고등래퍼’에 대해 물었다. “처음 심사위원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부담스러웠다. 제작진이 저를 섭외한 이유는 학생 래퍼들이 프리스타일을 좋아하고, 제가 그 분야에서 아이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쇼미더머니’를 통해 음악성도 보여준 것 같다고 하더라.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답했다.

그는 랩을 평가할 때 ‘느낌’을 중요시 여겼다. “목소리 톤, 발음을 들으면 본인이 하고자 하는 걸 이해하고 있는지, 어설프게 흉내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느낌적인 부분을 주의 깊게 봤다. 현직 래퍼 중 가장 느낌을 잘 살리는 가수는 씨잼과 빈지노다. 유명 래퍼들은 인기 있는 이유가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느낌이 매우 다르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감정과 그루브를 잘 이해하고 이끌어간다”고 전했다.

서출구의 롤모델은 빈센트 반 고흐다. “자존심 상하고 힘들어도 끊임없이 자기의 스타일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멋지다. 또한 반 고흐는 스스로의 작품을 저평가하지 않는다. 그 점이 가장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다. “6년 동안 준비한 앨범을 올해 가을에 발매할 예정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볼빨간사춘기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 힙합에서 표현하지 힘든 부분이 인디 음악에서 잘 표현되는 것 같다. 저는 인디 음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더불어 음악 외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강연이라는 표현은 거창하지만 사람들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가지고 싶고 사업도 해보고 싶다 하하. 제가 잘 할 수 있는 대화 주제는 자기개발, 연애다. 연애는 나름 잘 하는 것 같다. 보수적인 면이 있지만 여자에게 맞춰주는 타입이다. 가장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이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