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국내경마 첫 대상경주 여왕

입력 2017-06-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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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기수로는 처음으로 대상경주에서 우승하며 편견의 유리천장을 깬 김혜선 기수. 남성기수보다 체력은 떨어지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국내경마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사진제공 ㅣ 한국마사회

여성 기수 최초 코리안오크스배 우승
작은 체구 ‘제주의하늘’ 배당 초대박
김혜선 “말과의 교감이 우승 원동력”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기수 김혜선이 11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벌어진 ‘코리안오크스’(GII, 1800m, 국OPEN)배에서 첫 대상경주 우승을 달성했다. 2009년 기수로 데뷔한 지 8년 만이자 여성 기수 최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우승마 ‘제주의하늘’은 몸무게가 420∼430kg대로 작아 우승후보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게다가 기수도 아직 대상경주에서 우승 경험이 없는 여성기수. 그래서 경마팬의 눈길을 끌지 못했기에 고배당이 터졌다. 단승 56배, 복승 475.9배, 쌍승 1962.9배, 삼복승식 1만7274.2배, 삼쌍승식 39만1736.8배의 초대박이 나왔다.

‘제주의하늘’은 데뷔 이후 김혜선 기수와 6번 호흡을 맞춰, 3번이나 우승한 찰떡궁합이었다. “동물을 좋아해 기수라는 직업을 택했다”는 김혜선 기수는 우승을 달성한 요인을 ‘교감’이라고 했다. “승부욕이 강해 초반에 힘을 쓰면 나중에 걸음이 나오지 않아, 경주 막판에 힘을 쓰도록 유도했는데 그런 교감이 우승을 가져왔다”고 했다. 이날 경주에서 ‘제주의하늘’은 영상판독을 통해 우승을 가릴 정도로 2위와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만큼 마지막에 혼신을 다한 스퍼트가 대이변을 만들었다.

사실 여성기수는 남성기수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대신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혜선 기수는 그동안 남자들 위주의 경마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지 못해 내심 고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대상경주 우승을 기다려왔다.

김혜선 기수.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그는 기수로서 자신의 최대의 목표였던 대상경주 우승의 비결로 ‘말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꼽았다. 첫 대상경주 우승소감을 묻자 “이제 진짜 기수 같다”고 했다. 통산 300승을 바라보는 기수지만, 대상경주 우승이 없어 늘 아쉬웠다는 점에서 “비로써 인정받는 것 같다”는 솔직한 속내였다.

이번 우승을 앞두고 고비도 있었다. 계속 반복되는 경주에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우승한 뒤에는 기수로서의 최종 목표인 대상경주 우승을 이뤘다는 사실에 허탈한 생각도 들었다. “막상 꿈꾸던 목표를 이루고 나니, 기수로서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도 됐다”고 했다.

그러나 존경하는 선배 문세영 기수 이야기에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 5월 경마 선진국인 싱가포르에 진출해 해외 무대를 누비는 선배를 보며 자신도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대상경주 우승 뒤 문세영 기수가 보낸 “자랑스럽다”는 문자를 받고 “감격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한국 남녀 기수 대표로 함께 마카오에 출전했다. 당시의 경험이 김혜선 기수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된 모양이다. 그래서 존경하는 선배 문세영 기수처럼 해외에 진출하는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편 ‘제주의하늘’은 부경의 ‘아이스마린’을 제치고 국산 최우수 3세 암말에 등극했다. ‘아이스마린’이 5위만 했더라도 최우수 3세 암말로 선정될 수 있었고 강력한 우승후보였지만 경주 초반 늦은 출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7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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