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개봉①] 봉준호의 상상력은 현실이 된다

입력 2017-06-2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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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옥자’ 리뷰

‘옥자’는 산골소녀 ‘미자’(안서현)와 살고 있는 돼지이다. 옥자에게 미자는 친구이자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데 그런 ‘옥자’에겐 출생의 비밀(?)이 있다. 옥자는 단순한 돼지가 아닌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추진하고 있는 ‘슈퍼돼지 프로젝트’의 돼지였던 것.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미란도’가 개량한 신품종 가축인 돼지 26마리를 전 세계 농가에 보내 10년간 키우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옥자’가 가장 우수한 ‘슈퍼돼지’로 선정되고 ‘미란도’는 옥자를 미국 뉴욕으로 데려가고 미자는 옥자를 되찾기 위해 산골에서 서울로, 머나먼 뉴욕까지 가게 되는 여정을 떠난다.

극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타이틀롤인 ‘옥자’다. 옥자는 돼지, 하마, 코끼리, 매너티 등 다양한 동물의 요소를 섞어 CG로 탄생시켰다. 무게 6톤, 키 2.4미터의 ‘옥자’는 사실적으로 구현됐다. 계곡에서 미자와 노는 옥자의 발랄함과 ‘미란도’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도망가기 위해 서울 회현 상가를 쑥대더미로 만들어놓는 거대한 움직임, 그리고 미자를 바라보는 옥자의 눈망울 등은 전혀 괴리감이 없다. 봉준호 감독의 상상력이 생생하게 현실로 표현됐다.

봉준호 감독의 상상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옥자를 되찾는 미자의 여정 속에는 봉준호식의 해학과 섬세함이 숨어있다. 회현역 지하상가에서 미란도와 동물보호단체 ‘ALF’ 그리고 미자의 경쾌한 추격전 속 무지갯빛 우산으로 마취제 주사를 막아내는 모습, ALF가 검은 트럭을 타고 달릴 때 흩날리는 꽃가루는 마치 동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패러디해 미자에게 사과하는‘제이’(폴 다노)와 미자와 이야기하기 위해 발생한 ‘케이’(스티븐 연)의 통역의 문제 등이 재미를 준다.

‘옥자’를 보며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플란다스의 개’, ‘설국열차’ 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바라보는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시선일 수 있다. 1500만원이 없어 정교수가 되지 못하고 그 화를 동네 개들에게 푸는 윤주(이성재 분), 열차 칸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계급의 사람들 등 자본주의와 권력층을 표현한 봉준호 감독은 ‘옥자’와 ‘미자’를 통해 같은 주제를 다른 이야기로 풀어냈다.

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미자’를 연기한 안서현은 2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역할에 낙점된 안서현은 영화 '옥자'를 통해 순박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옥자를 향한 진심어린 마음을 보여줄 것으로 보여 그의 연기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설국열차’ 이후 봉준호 감독과 다시 한 번 손을 잡은 틸다 스윈튼은 ‘루시 미란도’와 ‘낸시 미란도’ 등 1인 2역을 맡아 정반대의 기업 총수의 성격을 표현한다. 특히 ‘설국열차’에서 틀니를 낀 채 ‘메이슨’을 연기한 틸다 스윈튼이 이번엔 교정기를 착용한다. 동물학자 ‘죠니 윌콕스’ 역의 제이크 질렌할은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눈길을 끈다. ALF의 리더 ‘제이’역을 맡은 폴 다노는 따뜻한 감성과 함께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로 나온다.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불안에 찬 소년 드웨인 역으로 인상을 남긴 폴 다노는 ‘옥자’를 통해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또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로 인기를 얻은 스티븐 연은 ALF 2인자인 ‘케이’역을 맡아 활약한다.

‘옥자’는 서울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전국 70여개의 극장과 100여개의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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