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①] 배정남 “내가 떴다고? 아따 마! 솔직·무식해서지”

입력 2017-07-07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성 팬이 늘었다 아닙니꺼!” 모델 출신 연기자 배정남이 방송가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유명 스타의 친구’로 이름을 알렸던 그가 이젠 당당히 ‘배정남’이라는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대중과 친근해졌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강동원의 절친에서 대세남으로 뜬 배 정 남

나를 키운 세 명의 배우는
강동원·류승범·이성민 행님
내가 생각하는 매력?
솔직함이죠, 감추지를 못해요
하고 싶은 연기?
양아치, 리얼하게 할 자신 있어요
얼마 전 드라마 제의 들어왔지만 거절
제대로 준비하고 나설 것


외모는 마치 빚어놓은 듯 말끔하다. 패션모델 출신다운 세련된 멋이 온 몸을 휘감는다. 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달라진다. 고향인 부산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고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경상도 사투리의 구수함이 귀엽다. ‘대세’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배정남(34)의 반전 매력이다.

그동안 배정남은 톱스타 강동원(37)의 절친, 배우 류승범(37)이 끔찍이 아끼는 ‘동생’쯤으로 연예관계자들에게 더 친숙했다. 물론 2002년 패션모델로 데뷔해 3∼4년간 전성기를 누린 화려한 경력이 있지만 최근 조금씩 잊혀진 것도 사실. 그러다 5월 개봉한 영화 ‘보안관’과 홍보를 위해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에서 마침내 터진 ‘포텐’(잠재력)은 ‘무한도전’을 거치면서 활화산처럼 뿜어져 나왔다.

배정남의 매력을 좀 더 가까이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여기자들의 수다’에 초대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씨, 위아래로 린넨 소재의 화이트 스프라이트 무늬를 내보이며 나타난 그가 구수한 사투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나.

“에이∼, 똑같다. 뭐가 달라졌겠나. 그래도 있다면, 일이 더 생겼다는 거? 주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거? 딱 그 정도지 뭐. 갑자기 대접이 달라졌다고 변하면 되겠나. 난 그렇게 안 컸다. 하하!”


-이렇게 유명해질 걸 예상했나.

“전혀! 사투리가 먹히는 세상이 올지 누가 알았겠나. 아따마! 세상 진짜 좋아진 거 아닙니꺼?”


-가까이서 들어보니 엄청난 사투리다.

“처음 서울 왔을 땐 사투리 안 쓰려고 노력했다. 고향 친구들 만나면 사투리만 쓰니 친구들을 안 보기도 했다. 연기하려면 표준어 써야 하니까.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려 할 때 사기도 맞고 안 좋은 일도 겪었다. 한꺼번에 위기가 닥치니까 자신을 놓아버리게 되더라고. 사투리고, 표준어고, 중요하지 않았지, 뭐.”


-위기라니?

“2006년쯤 모델로 최고 정점을 찍었다. 그때 주인공을 맡기로 했던 한일 합작 드라마가 있었다. 얼마나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갔겠나. 격투기 소재였는데 7개월 동안 준비했다. 그런데 촬영을 3주 남기고 엎어진 거지. 앞만 보고 달리다 절벽에 서게 됐다. 패닉 상태. 같이 지낸 매니저까지 도망가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어떻게 견뎠나.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천만다행이다. 만약 드라마 주연을 맡고 인기까지 얻었으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을 거다. 위기를 일찍 겪고 견뎠다. 30대에 겪지 않은 걸 감사하게 여긴다. 20대 중반에 겪으니까 못할 게 없더라.”

더는 모델 일에 집중할 수도 그렇다고 연기를 시작할 수도 없을 때, 배정남은 부산에 있는 선후배들을 서울로 불러들였다. 원룸을 빌려 다섯이 먹고 자며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좋아하는 옷을 팔았다”고 했다. 한 명은 운전하고, 또 한 명은 상품 포장하고, 다른 한 명은 스타일리스트를 맡았다. 배정남은 “드라마 ‘앙투라지’의 한 장면 같았다”고 떠올렸다. 열정적인 남자들의 합숙이었다는 의미. 물론 돈도 잘 벌었다.


-모델은 보통 키가 180cm가 넘지 않나. 장신 모델 틈에서 ‘톱’에 오르다니 놀랍다. (배정남의 키는 모델로서는 아주 작은, 177cm이다)

“내가 한창 활동할 땐 마초처럼 개성 강한 스타일이 인기였다. 난 몸을 키웠고 남성적인 매력이 돋보였던 것 같다. 와∼! 내가 런웨이에 서면 환호성이 엄청나게 터졌다 아입니꺼. 하하! 처음엔 ‘쟤? 뭐야?’ 그런 눈빛이었는데 서서히 관심이 쌓였다.”


-연기자 김민준의 제안으로 모델이 됐다는데.

“모델의 ‘모’자도 몰랐다. 부산에서 옷 가게 할 때 민준 ‘행님’(‘형’ 대신 ‘행님’이란 사투리를 썼다) 손님으로 왔다. ‘행님’이 날 보더니 모델 일을 한 번 해보라고 했다. 서울은 도매시장만 왔다 갔다 했지 일하러 오니까 신기하더라. 부산에서 옷 장사하면서 서울에 와서 모델 일도 했다. 부산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하는데 힘들고 억울하기도 했다. 왜냐고? 난 어릴 때부터 ‘논노’ 같은 잡지 보면서 패션을 동경하고 큰 놈이다. 멋있는 모델은 인정하겠는데 솔직히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돈을 더 많이 버니 억울하더라. 참기 어려웠다.”


-언제부터 옷에 빠졌나.

“중학교 때 돈이 없어서 구제, 그러니까 빈티지 옷을 사면서 패션에 눈을 떴다. 부산대 앞에 구제 가게들이 많았다. 그땐 빈티지가 뭔지도 모르고 싸니까 ‘이렇게 싼 옷이 있네’ 하고 샀다. 구제는 똑같은 디자인이 없잖아. 희소성이 있는 거지. 아! 초등학교 3학년 때 잠깐 이모 집에 살았는데 사촌누나 3명이 패션잡지 보면서 나한테 옷 입혀주고 예쁘게 꾸며주고 했다. 싫지 않았다. 지금도 옷은 이베이에서 중고로 많이 산다. 사진만 봐도 핏과 재질 다 파악된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들 옛날 옷도 싸게 살 수 있고.”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공장에서 일하다 다쳐 군 면제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공업고등학교를 나왔는데 3학년 1학기 때 공장 취업을 나갔다. 그때 시급이 2050원이다. 주말에 더 일할 사람을 모으는데, 시급이 두 배다. 거기에 철야까지 하면 또 두 배. 그걸 다 했다. 보통 50∼60만원 버는데 나는 110만원도 벌어봤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우리 정남이, 정남이’ 하면서 막 박수쳐 주고. 하하! 내 얼굴이 늙어 보이는 이유도 그때 너무 고생해서 그렇다.”

배정남은 가정형편상 중학생 때는 하숙을 했고, 고등학생 때는 혼자 살았다. 어릴 때 그를 키운 할머니는 손자에게 자주 ‘바르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 말을 그는 신조로 삼았다고 했다.

“경찰서 한 번 가보지 않았다. 사고 쳐서 경찰서 가면 나를 데리러 올 사람이 없으니까. 착하게 살려고 했다.”

그의 주변에는 사람도 많다. 특히 남자배우들이다. 한때 ‘신비주의’를 고집하던 강동원이 유일하게 친한 사람으로 꼽는 이도 배정남이다. 그의 SNS에서는 강동원, 류승범 등 좀처럼 일상을 보기 어려운 스타들의 ‘술 취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배정남을 키운 세 명의 배우를 꼽자면, 강동원 류승범 그리고 이성민 아닐까.

“맞다. 모두 스타일이 다르다. 사람들이 ‘강동원, 류승범이랑 친한 네가 제일 신기하다’고 한다. 하하! 승범이 ‘행님’은 어릴 때부터 밥 먹여준 사람이다. 동원이 ‘행님’은 굳이 말이 필요 없다. 한 번은 두 사람을 소개해줬는데, 에이∼! 안 맞더라. 하하하! (이)성민 ‘행님’은 내 인생의 버팀목이다. 내공이 남다른 분이다. ‘행님’이 하루는 ‘정남아, 불안해하지 마라! 배우는 기다리는 싸움이다’고 말해줬는데 감동받았다. 영화 오디션 가기 전에 차에서 대사도 맞춰준다. 집으로 불러 밥도 해주시고.”

-인복이 많다.

“형들이 많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나이폭도 엄청 크다. 제일 큰 형은 1960년생이고, 맨 밑으로 20대도 있다. 한 번 모이면 ‘쫙∼’ 장난이 아니다. 나도 겪을 만큼 겪어서 사람 처음 보면 딱 알지 않겠나. 진심으로 대하는 긴지, 가식인지. 나는 머리 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배정남에 빠지는 걸까.

“일단 솔직하고, 또… 무식해서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 거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까칠하고 허세가 많은 줄 아는데 아니다.”

모델 출신 연기자 배정남. 스포츠동아DB

-요즘 자주 듣는 말은?

“‘행님’들이 사고만 치지 말라카더라. 하하!”


-어떤 사고?

“남자는 딱 둘 아니겠나. 술과 여자. 술 마실 땐 차를 절대 갖고 가지 않는다. 카카오택시타면 되지. 여자는 뭐, 원래 조심하니까 괜찮다.”

배정남을 얘기할 때 ‘무한도전’을 빼놓을 수 없다. 일회성 게스트로 참여했다가 매회 등장하고 있다. 이러다 고정 출연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멤버 문제는 제작진의 선택을 넘어 10년간 프로그램을 함께 완성한 열성 시청자의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배정남은 ‘무한도전’에 대해서는 말수를 줄이려 했다.


-이쯤 되면 ‘무한도전’의 반고정 멤버라고 봐도 되지 않나.

“와예! 불러주면 나가고, 아니면 마는 거지. 워낙 ‘무도’ 팬들이 많다보니까 나한테도 관심을 가져주는 거다. (‘무도’ 녹화일인)목요일은 혹시나 나를 불러줄까 싶어 시간을 비워두고 싶다. 하하!”


-‘무도’에 적응할 만한가.

“나는 ‘멘탈’이 강한 놈이다. 주위에서 걱정하면서 댓글 보지 말라는데 괜찮다. 욕? 별로 신경 안 쓴다. 맡겨주면 정말 열심히 할 뿐이다. 촬영하는 데 부담은 없다. 나는 (박)명수 ‘행님’이랑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놀리는 게 재밌다.”


-인기의 척도는 광고인데. 좀 찍었나?

“하하! 3개 했다. 한 개 더 찍을 거다. 내 인생에 광고는 없을 줄 알았지. 와∼! 또 이렇게 반응이 오네. 길 걷다보면 머스마들이 같이 사진찍자고 막 달려온다. 난 남자 팬이 많았는데 요즘엔 여성도 조금 늘었다.”


-수입도 많이 늘었겠다.

“아직 입금 전이라서. 그래도 얼마나 들어올지 아니까. 기분 좋은 거지. ‘행님’들한테 고기 사야지.”


-영화나 드라마 제안도 늘었나.

“얼마 전에 오래 알고 지낸 드라마 PD가 같이 작품을 하자고 했는데 다음에 하겠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당장 막 달려들고 싶지 않다. 가뜩이나 드라마 현장은 빨리빨리 진행되는 데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제대로 준비해 하고 싶다. 욕심내고 싶진 않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아무래도 나쁜 놈이지. 양아치 캐릭터! 리얼하게 잘 할 것 같다. 멜로도 하고 싶고, 사극도 하고 싶고. 그런데 나는 대본을 잘 못 외운다. 왜 그렇게 안 외워질까.”

-솔직함이 매력이라지만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방송도, 이런 인터뷰도 알아서 편집해주리라 믿는다.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다간 말이 더 꼬여버린다. 평소 내 모습대로 꾸밈없이 하는 거다. 이게 나다.”

-연애는 하나?

“하고 싶은데 지금은 없다. 정신이 건강한 여자와 연애하고 싶다. 외롭다고, 자기만 챙겨달라고 하는 분들과 있으면 많이 힘들다. 어릴 때 그런 경험을 다 해봐서(웃음). 이젠 밝고 건강한 여자가 좋다.”

● 배정남

▲1983년 3월19일생 ▲2002년 송지오 컬렉션 모델 데뷔 ▲2005년 가수 아이비 뮤직비디오 ‘아하’ 출연 ▲2009년 SBS 드라마 ‘드림’으로 연기 시작 ▲2012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로 스크린 데뷔 ▲2013년 영화 ‘베를린’ ▲2016년 영화 ‘마스터’ ▲올해 영화 ‘보안관’으로 스타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 중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