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갔다에 한나절 허비…외박은 꿈도 못꾸는 제주

입력 2017-07-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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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조성환 감독 “주어진 환경서 자율성 부여”

K리그 팀들은 숙소 생활을 한다. 주말 경기를 치른 뒤 외박을 나가 치열한 승패의 세계에서 쌓인 피로를 훌훌 털고 온다. 기혼자들은 외박 때 가족들과 귀중한 시간을 보낸다. 잘 쉬어야 경기도 잘한다. 피치에서 하는 훈련보다 쉴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오느냐가 팀 성적의 변수다.

제주도를 연고로 하는 제주유나이티드는 지리적 특성상 하루 외박으로는 집에 다녀오기가 어렵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최근 주중·주말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주중경기와 주말경기 간격이 3∼4일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팀들은 주말 경기가 끝난 뒤 하루 외박을 주지만, 제주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주중·주말 경기 일정이 이어지는 동안 제주는 외박 없이 생활하고 있다. 게다가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여서 외박을 위한 장거리 이동 자체가 큰 부담이다. 제주 조성환(47) 감독은 “주중 경기가 치러지면서 경기 간격이 짧아 선수들이 서울에 다녀올 여유가 없다.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지금 일정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 선수들은 여건상 외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선수들에게 ‘잘 견뎌야한다’고 말만할 수는 없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피로 여독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19일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상주상무와의 원정경기를 치렀다. 상주 원정을 위해 18일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서귀포 클럽하우스에서 구단 버스를 타고 제주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어 제주국제공항에서 비행기 편으로 청주공항으로 이동했다. 청주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상주로 향했다. 오후 한나절을 원정 이동으로 보낸 것이다. 대부분의 팀은 원정경기를 치른 직후 구단 숙소로 돌아오지만, 제주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이마저도 어렵다. 제주는 상주 경기 뒤 호텔에서 하루를 더 묵고 20일 제주도로 향한다. 22일 포항스틸러스와의 홈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다. 주중 경기가 있을 때 외박을 나가기 어려운 이유다.

휴식이 필요한 것은 조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기에서 졌을 때 아쉬움을 털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후 매운 음식을 먹거나 경기 다음날 한라산을 등반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올해에만 한라산 정상을 5번 등반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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