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회당 제작비 10억 ‘크리미널마인드’, 조기종영이 답인가

입력 2017-08-18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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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제작비 10억 ‘크리미널마인드’, 조기종영이 답인가

회를 거듭할 수록 작품에 대한 정체를 의심하게 된다.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극본 홍승현 연출 양윤호)의 이야기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미국 ABC Studio에서 제작한 시리즈로, 2005년부터 13년째 꾸준한 사랑받는 최장수 인기 미국드라마다. 전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방영됐으며, 이번에 tvN에서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해 주목받고 있다. 범죄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심리를 꿰뚫는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죄 심리 수사극이다. 그리고 한국판 ‘크리미널마인드’에서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테러리스트 등 잔혹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해 수사하는 국가범죄정보국 범죄행동분석팀(NCI) 요원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원작이 있음에도 그 근본을 알 수 없다. 애초 한국적인 정서를 녹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했지만, 스토리 구조는 일반적인 국내 수사물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큰 서사적 줄기에 작은 사건을 이어 맞춘 스토리 구조는 ‘시그널’, ‘비밀의 숲’ 등으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스토리에 억지로 끼어 맞춘 한국적인 설정은 엉성하기만 하다. 제자리에 맞지 않은 퍼즐 조각처럼 어긋나 보인다.

특히 8회까지 방영된 현재 프로파일링이라는 기본에도 충실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프로파일링은 범죄를 분석하고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지 완벽한 수사기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NCI는 모든 수사를 프로파일링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파일링을 전담하는 팀이라고 하더라도 증거와 현장에서 나온 정황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8회분에서 연쇄 총기사건의 범인 장기태(조한철)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애초 첫 사건 당시 다수의 목격자가 있었고, 그들의 블랙박스에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는 점이 한계다. 이어 첫 번째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보복운전을 통한 범행 방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장기태의 차량이 대포라는 전제를 깔 수 없고, 피해자 블랙박스가 망가졌다는 내용도 없었다. 즉, 용의자를 일찌감치 특정할 수 있음에도 억지로 프로파일링을 하는 거다. 그 상황 속에 피해자는 늘어가는 전개라니 황당하기만 하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 드라마 특유의 설정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그 문제점이 드러난다. 지난 7회분에서 등장한 회식 장면은 국내 정서와 어긋나는 단편적인 예다. NCI라는 곳은 국가 정보기관이다. 이들의 회식은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양주와 포켓볼 등 국내 정서를 녹여낸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고 불편한 장면이다. ‘비밀의 숲’에서 그려진 옥탑방 회식 장면과 비교해 전혀 다른 국내 수사기관의 회식 풍경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정서를 녹였다면 조금 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분적으로도 허술함은 드러난다. 사건 현장이 될 수도 있는 곳에 맨손으로 물건을 만지거나 장소에 들어가는 행동이다. 장기태 집을 수색하는 NCI 팀 누구도 장갑을 끼고 등장하지 않았다. 이후 그곳은 살인사건은 현장이 된다. 수사기관의 요원들이 용의자의 거처를 조사하는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안 된 자세다. 감식반이 와서야 뒤에 물러야 한시름 놓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말 어디부터 어디까지 수사물이라고 인정해줘야 할지 모를 ‘크리미널 마인드’이다. 회당 10억 원 육박하는 제작비가 들었지만, 그 제작비가 과연 정당한지 의문에 든다. 불필요한 제작비로 원작에 대한 저작권료를 낭비할 바에는 일찌감치 조기 종영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불행 중 다행이라면 ‘크리미널 마인드’는 100% 사전제작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외화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배우들의 노력과 기대한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제작진이 올바른 수사물의 전개를 만들거나 지금이라도 제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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