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 사진제공|쇼박스
실감나는 알츠하이머 연기에 감독도 찬사
유리에 비친 모습 보고 “폐소공포증” 고백
유리에 비친 모습 보고 “폐소공포증” 고백
극중 캐릭터는 배우에게 또 다른 ‘자아’다. 마치 현실에 살아있는 인물처럼 생동감을 부여하려면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야 한다. 그래서 배우가 출연작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도 캐릭터가 된다. 그런 점에서 설경구에게 9월 개봉하는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제작 쇼박스)은 또 하나의 기점이 될 만하다.
‘공공의 적’ 시리즈를 통해 보기 드문 형사 캐릭터를 구현한 그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존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코믹하거나 진중하거나 아니면 평범한 소시민의 얼굴로서 관객을 만나왔다. 몇몇 작품을 빼고는 흥행 성과 역시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런 그가 변화를 향한 각오와 면모를 다시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루시드 드림’과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불한당)은 설경구가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음을 알린 무대다. 특히 ‘불한당’이 올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초청 상영되면서 장르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설경구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명 ‘불한당원’을 자처하는 마니아 팬들 사이에선 ‘섹시한 배우’의 이미지까지 얻었다. 덕분에 팬카페 회원도 더 늘어났고, 팬들은 17일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설경구를 초대한 특별 상영회를 여는 등 이를 몇 차례 개최하기도 했다.
이를 발판 삼아 설경구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 또 다른 살인범을 뒤쫓는 이야기. 설경구는 알츠하이머 탓에 스스로 현실과 망상의 혼돈에 빠져들며 그 세밀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연출자 원신연 감독이 “진짜 치매에 걸린 사람 같았다”고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이미 ‘고무줄 몸매’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이번에도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2001년 ‘공공의 적’부터 ‘오아시스’ ‘역도산’ ‘실미도’ 등을 통해 그 별칭을 얻은 그가 그만큼 ‘독한 과정’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몸무게를 줄인 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데 폐소공포증까지 왔다”고 고백할 정도다. 외모에서부터 드러나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제대로 스크린에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다. ‘더 독해진’ 설경구가 일궈낼 성과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