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거둔 메이웨더 주니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기의 대결’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 모았던 이번 승부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복싱 기술에서 관록미를 선보인 메이웨더의 승리로 끝이 났다. 맥그리거는 생애 처음으로 오른 ‘사각링’에서 승부를 10라운드(12라운드 룰)까지 끌고 가며 나름 선전했지만, 메이웨더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승자 메이웨더는 이번 승리로 ‘무패복서’의 영광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50전 50승(27KO)의 전적으로 전설의 복서 록키 마르시아노(49전 49승 43KO)의 대기록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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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싱으로 참교육’ 메이웨더의 현란한 움직임
메이웨더는 2015년에 열린 매니 파퀴아오(39·필리핀)와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이 현역선수로서 마지막 최근 경기였다. 맥그리거와 맞대결을 펼치기 전까지 무려 2년이 넘는 공백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무패복서의 위엄을 보였다.
맥그리거는 종합격투기(MMA) 무대에서도 본래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스트라이커’형 파이터다. 더군다나 메이웨더에 비해 체력과 패기가 넘치는 이십대의 젊은 나이로 자신의 강점을 살리며 경기 초반부터 무섭게 기세를 끌어 올렸다. 1라운드에는 카운터 어퍼컷을 작렬시키며 메이웨더의 턱을 높이 들어올리기도 했다. 가드 위로 강하게 내리꽂는 원투펀치도 가히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복싱스타일을 유지하며 경기를 후반으로 끌고 갔다. 처음에 몇 차례 허용했던 펀치는 뒤로 갈수록 맞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반면 자신의 빠른 펀치를 맥그리거의 안면에 직접 꽂아 넣으며 유효타를 연신 획득했다.
10라운드 들어서는 일방적인 운영이었다. 지친 맥그리거는 클린치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계속 메이웨더를 껴안았으나 심판의 콜로 다시 속행된 경기에서 연신 메이웨더에게 펀치를 두들겨 맞았다. 지친 체력과 안면에 허용한 충격으로 발이 멈춰 섰고, 더 이상 메이웨더의 현란한 움직임을 잡을 수 없었다. 메이웨더의 펀치가 쉴 새 없이 맥그리거의 안면에 꽂히자 심판은 곧바로 중지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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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그리거, 답답한 마음에 반칙공격
맥그리거 입장에서는 답답한 경기였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승부를 4라운드 안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준비한 승부수가 먹혀들지 않았다. 초반에 벌어 놓은 유효타가 메이웨더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한 것이다. 타격 충격이 크게 느껴지는 8온스(226.8g)짜리 글러브였지만 MMA 무대에서 만큼의 짜릿한 ‘손맛’은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빠른 메이웨더의 움직임도 골칫거리였다. 코너에 겨우 몰아넣었는가 싶어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빠져나와 링을 돌고 있었다. 근접전에 특화된 맥그리거에게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맥그리거는 답답한 마음에 반칙공격까지 시도했다. 메이웨더가 특유의 위빙과 더킹으로 방어에 나서자 때릴 곳이 없어진 그는 고개를 숙인 메이웨더의 후두부(머리 뒷부분)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심판은 즉시 제지에 나서며 맥그리거에게 구두경고를 줬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중반부터는 아예 메이웨더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의 움직임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심판은 “레슬링은 안 돼(No, Wrestling)!”라고 강하게 소리치며 다시 한번 그를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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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와 패자?, 돈 싸움에서는 모두가 승자
승부는 메이웨더의 TKO 승리로 끝이 났지만, 두 선수의 ‘쇼(Show)’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끌어 들이며 둘을 모두 승자로 만들었다. 페이퍼뷰(PPV)와 관중 입장 수입을 제외한 기본 대전료로만 메이웨더가 1억 달러(약 1100억원), 맥그리거가 3000만 달러(약 338억원)를 챙겼다. 앞서 말한 부가 수입을 더하면 둘이 받는 돈은 총 3억 달러(3381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승자 메이웨더가 ‘셀프도박’으로 얼마나 많은 추가 수입을 올릴 지도 관심이다. 메이웨더는 경기 전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맥그리거를 이긴다는 쪽에 돈을 걸겠다. 내가 이제까지 걸었던 모든 베팅금액 중 가장 큰 금액을 걸겠다”고 말했다. 메이웨더는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자신에게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