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첫 합류한 두산 포수 장승현이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야말로 깜짝 소식에 얼떨떨할 법도 할 터. 그러나 장승현은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김 감독도 “장승현이 수비 하나만큼은 정말 잘한다. 특히 송구 때 공 빼는 동작이 매우 빨라 기대가 크다”며 힘을 실어줬다. 장승현은 “전역 후 바로 1군에 등록됐을 때 PO 엔트리 진입도 어느 정도는 기대했다.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다녀오라’는 말을 듣고 실감했다”며 “솔직히 아직 보여준 게 많지 않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기회가 찾아온다면 내 장점인 수비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장승현도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은 야구인 2세다. 그의 아버지는 현대(태평양 시절 포함)와 SK에서 10년간(1992~2001시즌) 마스크를 썼던 장광호 전 SK 코치다. 장 코치는 아들의 첫 가을야구 경험에 반색하면서도 “오버하지 말고, 네 자리에서 책임지고 잘해야 한다”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장승현은 “(양)의지 형, (박)세혁이 형의 리드를 보며 많이 배운다. 포수는 경기의 흐름을 쥐고 있는 포지션이다. 벤치에서 선배들의 리드를 직접 보는 것 자체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승현은 들뜨지 않았다. ‘2017년 가을이 어떻게 기억될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전력분석 미팅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그가 잠시 멈췄다. 그러더니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다. 이번 가을이 내게 좋은 전역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고 외쳤다. ‘넘버 3’ 포수인 그는 어쩌면 PO 내내 벤치를 지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올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했던 그에게 데뷔 첫 PO는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