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유해진 눈물…제7회 아름다운예술인상도 故 김주혁 애도 (종합)

입력 2017-10-31 1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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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유해진 눈물…제7회 아름다운예술인상도 故 김주혁 애도 (종합)

제7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도 일찍 세상을 떠나간 故 김주혁을 애도했다. 축제의 장이었지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추모로 시작해 먹먹함을 안겼다. 한국 대중문화사에서 진정한 ‘아름다운 예술인’이었던 고인을 다 같이 기리며 아픔을 나누는 자리였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마른내로 명보아트홀에서 열린 제7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 이날 행사는 방송인 임백천과 배우 신재이가 MC를 맡은 가운데 진행됐다.

행사에 앞서 임백천은 “어제 저녁에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많은 분들이 놀랐을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김주혁의 사망 사고를 언급했다. 그는 故 김주혁에 대해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주위 동료 선후배에게 신망이 두터웠던 배우더라”며 “연기하는 모습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봤는데 선한 친구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큰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며 “연기는 영혼이 아주 맑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주혁은 눈동자만 봐도 영혼이 맑아보였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명복을 빌겠다”고 추모했다.

김주혁이 운전하던 벤츠 차량은 30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의 한 도로에서 그랜져와 추돌한 후 인근 아파트 중문 벽을 들이받고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김주혁은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고인 측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으며 정밀 검사 결과는 약 1주일 후 발표될 예정이다. 고인의 빈소는 31일 오후 3시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월 2일 오전에 진행된다. 장지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로리에 위치한 가족 납골묘다.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을 주최하는 재단법인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이사장인 배우 안성기 또한 “가슴 아픈 일을 갑자기 당했다. 정말 아프다는 말 밖에 드릴 말이 없다”면서 “수상하는 분들도 마음이 상당히 무겁겠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개막 축하 공연과 심사경위 보고와 심사위원 소개 후 본격적으로 시상식이 진행됐다. 영화예술인상 부문에는 유해진 영화배우, 연극예술인상 부문에는 명계남 연극배우 그리고 아름다운예술인상 부문에 영화배우 겸 탤런트 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선정됐다.

영화예술인상을 수상한 유해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유해진은 “제가 감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대 선배인 신영균 선생님과 ‘무사’ 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있는 가르침을 준 안성기 이사장님과 여러 선배들이 주신 상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해진다”면서 “오늘 산에서 내려오면서 ‘아름다운 예술인’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가 아름다운가 다시 생각해봤다. 아름다움은 많은 것이 갖춰져야겠다 싶더라. 이 기회를 통해 하나씩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소감 말미 어렵사리 “다들 아시겠지만…”이라며 故 김주혁을 언급했다. 호흡을 수차례 가다듬었지만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유해진은 “나와는 같은 공간에서 호흡했던 김주혁 씨의 명복을 빌겠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유해진은 영화 ‘적과의 동침’과 ‘공조’로 故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연극예술인상 수상자 명계남은 “부끄러우면서고 감사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연극배우로 무대에 선지 45년 됐다. 첫 작품 ‘동물원 이야기’를 재창작해서 ‘노숙의 시’를 선보이고 있다. 처음 한 작품을 가지고 건방지게 이 상을 받는다는 게 나에게는 무게와 두려움으로 다가선다”며 “지난해 연극 무대에 복귀한 후 신인처럼 일했다. 발성 연습도 다시 하고 살도 빼려고 노력했다. 배우로서의 자질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상을 받아서 기쁘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아내 신애라와 함께 아름다운예술인상을 수상하게 된 차인표는 홀로 무대에 섰다. 신애라는 유학 중인 관계로 불참했기 때문. 차인표 역시 “고 김주혁 동료 배우가 부모님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계시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영면하기를 바라겠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차인표는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달게 잘 받았겠다. 아내는 해외에서 유학 중이라 나 혼자 왔다. 아내가 하라는 대로 따라서 했기 때문에 뭐라고 소감을 밝혀야 할지 모르겠다. 입양도 봉사활동도 다 아내가 하라는 대로 했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차인표는 상금은 서울재활병원 건립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뜻을 전했다.

제7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심사위원회는 올해 대상 수상자로 ‘동주’와 ‘박열’을 연출한 이준익 영화감독을 선정했다. 시상은 전회 대상 수상자인 송강호가 맡았다.

이준익 감독은 “1985년 여름 명보극장에 하명준 감독의 ‘땡볕’이라는 영화가 개봉 중이었다. 그 영화 간판 앞에 서 있었다. 당시 내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영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온 것이었다. 영화 간판을 그리면 돈이 될 것 같았다”며 “호주머니를 뒤져 나온 돈으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다. 2층 미술실에 갔는데 나보다 어린 친구가 스케치를 하고 있더라. 간판 그리러 왔다고 했다가 ‘아무나 들어오면 안 된다’면서 쫓겨났다. 입장권이 있으니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30여년이 지나서 이곳에서 상을 받아서 감회가 새롭다. 스스로 아름다운 예술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눈앞에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일꾼’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충무로에서 나에게 많은 배움을 준 선배들이 준 상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받겠다”고 멋지게 소감을 마무리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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