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칠서’ 박강현 “‘팬텀싱어2’ 이후 만난 광해, 애잔해요”

입력 2017-11-09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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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안에 소녀가 있어요”라는 뜻밖의 말로 반전의 매력을 보인 뮤지컬 배우 박강현이 ‘광해’가 돼 돌아온다. 최근 종영한 ‘팬텀싱어2’를 마친 후 만난 박강현은 ‘칠서’를 시작으로 곧바로 관객들을 만난다.

‘칠서’는 17세기 조선 광해군 시대, 세상을 바꾸고자 혁명을 도모했으나 역사의 희생양이 된 일곱 명의 서자와 이들을 모델로 ‘홍길동전’을 쓴 허균을 재조명한 팩션 사극. 서울예술단의 가무극이기도 하다. 박강현은 극 중에서 서자로 태어나 왕위의 정통성을 증명해야 하는 강박에 사로잡힌 광해군을 연기한다.

그는 “시대극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서울예술단과의 작업도 기대가 됐다”라며 “아무래도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연습을 했기 때문에 체계나 분업화가 잘 돼 있더라. 단원들도 모두 좋으시다. 연습실에서 내가 거의 막둥이인데 왕 역할이라 대선배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라고 웃으며 말했다.

“대본을 보고 광해가 참 딱했어요. 서자였지만 임진왜란이 터진 직후에 세자가 됐잖아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왜란을 견뎌낸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버지인 선조가 정실부인에게서 난 영창대군을 자신의 뒤를 이어 왕으로 세우려 하니 얼마나 울분이 터지겠어요. 그러니 동생인 대군을 잔인하게 죽이는 등 극한 상황까지 가게 되겠죠. 그래서 연출가께서도 제게 약간 ‘사이코패스’의 감정을 갖고 있는 광해를 요청하기도 하셨어요.”

박강현은 ‘광해’를 연기하며 역사책에 나온 왕 중에 하나가 아닌 한 시대를 살았던 인간으로 바라보는 걸 중점에 뒀다. 현대사회에 ‘수저론’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젊은이들처럼 당시 서자이기 때문에 당하는 서러움, 콤플렉스를 가진 ‘광해’를 결핍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했다. 아무리 왕족이지만 그 사이에도 넘을 수 없는 유리장벽이 있었고 그것으로 인한 생기는 ‘결핍’을 느끼게 하고픈 마음이 들었다고.


“모든 사람은 결핍을 지니고 있잖아요. 그것이 사랑이든 뭐든 간에요. ‘칠서’는 불평등함에서 오는 결핍을 말하고 있어요. 신분의 귀천은 없고 모든 사람은 평등한데 그것이 부당하게 짓밟혀졌을 때 오는 인간의 아픔을 광해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살아오면서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연기를 위해 상상하면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강현은 ‘칠서’를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용포를 입어보기도 했다. 위엄한 왕답게 용포 또한 화려하고 크다. 또한 머리 위에 왕관을 써야해 이래저래 불편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체통 지키기가 참 힘들더라. 왜 왕들이 그렇게 예민하고 신경이 곤두서는지 알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광해 메인 곡 중에 ‘외줄 위에 용상’이라는 게 있어요. 근데 실제로 외줄위에 제가 올라서거든요. 그런데 치렁치렁하고 옷자락에 또 겹겹이 옷을 입기 때문에 발에 옷이 걸리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요. 하지만 어떡해요, 버텨야죠. 하하.”


앞서 말했듯, 박강현은 최근 끝난 ‘팬텀싱어2’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미라클라스’(박강현·김주택·정필립·한태인) 소속으로 활약했다. 그도 2등이 아쉽긴 하지만 후련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강현은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고 늘 새로운 곡을 준비해야 해서 시간도 많이 걸린다. 선곡 자체가 정말 힘들다”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많은 분들을 만나게 돼 좋은 경험을 했고 저를 조금이나마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돼서 감사할 따름이죠. ‘소녀 감성’이란 별명이요? 한동안 그렇게 불릴 것 같은데…. 하하. 주변에서는 ‘상남자’ 같다고 하더라고요.”

박강현은 뮤지컬계에서 발굴된 신인이기도 하다. 2015년 뮤지컬 ‘라이프 타임’을 시작으로 ‘베어 더 뮤지컬’, ‘인 더 하이츠’, ‘이블 데드’, 연극 ‘나쁜 자석’까지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그것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말이다. 이에 대해 그 역시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가끔 제 얼굴을 보며 신기해요. ‘왜 나를?’ 이라는 생각이 들죠. 겸손한 척처럼 느끼실지 몰라도 저는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마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하며 살지 않나요? 남들은 잘한다고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피부로 못 느끼는 거죠. 제가 잘나서 잘됐다는 생각은 안 해요. 광해처럼 정말 제 삶이 ‘외줄 위의 용상’이거든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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