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도중 상대 여배우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조덕제.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온 그의 요구를 받아들여 영화 단체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동아닷컴DB
영화계를 대표하는 한 단체는 15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조덕제를 직접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사건이 일어난 영화의 촬영 스태프 가운데 일부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사건에 관여한 단체는 조덕제를 고소한 여배우 A를 지지하는 여성 단체들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일부 영화단체였다. 하지만 영화계를 아우르는 주요 단체가 직접 진상 조사에 착수해 조덕제와의 만남을 먼저 요청한 만큼 이번 논란은 한국영화 전반에 걸친 논의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덕제는 13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영화단체의 진상조사 착수’ 여부에 대해 “최근 해당 단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지난 기자회견 때 말했듯이 ‘영화계가 나를 검증해달라’는 요청을 영화단체가 공감하고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법적인 판단은 아니지만 영화 촬영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영화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논의하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단체 뿐 아니라 영화감독과 배우들의 모임에서도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영화계가 나를 검증한다면, 기자회견 때 약속했듯이 전부 응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단체가 직접 조사를 시작한 데는 ‘영화 촬영 도중 벌어진 성추행’이라는 이번 사건의 특수성과 그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0월17일 조덕제가 자신의 실명을 스스로 공개한 직후부터 영화계 안팎에서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판례로 남을 수 있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다 최근 조덕제가 ‘영화계 공개 검증’을 촉구하면서 영화계 내부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조덕제와 여배우가 벌이는 성추행 재판을 넘어 영화계가 함께 논의하고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은 2015년 이뤄진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부부간 성폭행’ 장면을 찍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역을 맡은 조덕제는 상대 여배우인 A의 상의를 찢는 등 연기를 펼치는 과정에서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조덕제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유죄(징역1년에 집행유예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를 선고했다. 조덕제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