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1년 만에 다시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은 이병규 코치가 13일 잠실구장에서 “눈높이를 낮추고 선수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는 코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빨리 (LG) 유니폼을 입고 싶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뗀 그는 곧이어 구체적으로 자신이 그리는 지도자상을 얘기했다. 핵심은 ‘선수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는 코치’였다. 코치는 ‘지원자’, ‘도우미’로 족하다는 얘기였다.
이 코치는 “일본에서 생활할 때(주니치·2007~2009년) 타격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스스로 찾아서 하는 선수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코치가 먼저 다가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하면 안 된다. 타격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선수 스스로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 코치에게 이 같은 생각을 심어준 인물은 2014년부터 고양 원더스와 kt에서 국내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한 이시미네 가즈히코(56) 코치다.

LG 이병규 코치. 사진제공|LG 트윈스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선 “어린 친구들한테는 좀 거칠게 얘기할 수도 있는데, ‘당신들이 왜 여기에 왔고, 왜 야구를 하는지’를 많이 일깨워주고 싶다.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얘기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후배 선수들에게 기술적 조언을 넘어 심적 성장의 자극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이어 “내 눈높이로 맞추면 안 되고,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더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 처음 출근해서 더 낮춰야 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신임 류중일(54) 감독을 보좌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코치는 “감독님과는 전혀 인연이 없다. 아무래도 처음 (LG에) 오셨으니까, 나를 (코치로) 부르면 선수들이랑 좀더 친하게 지내지 않을까 생각하신 것 같다. (일본 고치에서 마무리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류 감독과 전화통화로 인사했을 때) ‘LG가 앞으로 더 큰 팀이 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씀 하시더라”고 털어놓았다.
이 코치는 ‘프런트 야구’ 학습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솔직히 현장보다 프런트를 더 배우고 싶었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프런트가 선수를 육성하고 팀 전력을 강화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프런트 업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LG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은 기본이었다. 그는 “다른 구단에서 코치 제의가 왔으면 안 갔다. 나중에 끝나는 곳은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시작을 LG에서 했으니까(코치도 LG에서 시작했으면 했다)”라며 레전드다운 일성을 토해냈다.
잠실 |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