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농구연맹(FIBA)의 룰 변경으로 U-파울 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혜택을 볼 것이라던 삼성생명의 앨리사 토마스. 하지만 KBL와 WKBL의 서로 다른 판정기준 탓에 토마스는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삼성생명
KBL은 U파울 반영…이상한 이중잣대
국내 남여 프로농구는 모두 국제농구연맹(FIBA)룰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농구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서다. FIBA는 2016년 10월 룰에 변화를 줬다.
공격권을 가진 팀이 속공을 시도할 때 수비 팀에서 이를 저지할 경우, 심판은 U-파울(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선언하고 공격 팀에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을 주도록 했다. 속공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다.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은 2015년부터 U파울을 적용해왔다. FIBA의 U-파울 기준은 KBL의 U-파울 기준을 상당부분 반영했다. 장준혁 KBL심판부장은 “KBL의 U-파울과 80∼90%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여름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박신자컵 대회에서 U-파울을 적극 반영하는 등 FIBA의 룰에 맞춰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당시 U-파울이 적용되면 앨리사 토마스(25)를 보유한 삼성생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토마스는 리바운드 이후 본인이 볼을 몰고 원맨 속공을 시도하는 데 강점을 가진 선수다. WKBL 심판부는 시즌 전 연습경기 때 속공을 저지하는 수비수에게 어김없이 U-파울을 선언했다.
문제는 정규리그다. 갑자기 U-파울이 사라졌다. 대놓고 속공을 자르는 상황에서도 일반 파울만 선언된다. 토마스는 “올 시즌부터 속공 상황에서의 파울 규정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점을 누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올 시즌 내게는 단 한 번도 U-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지난시즌과 똑같다”고 했다. WKBL측은 “연습경기 때 U-파울이 자주 불리면서 이제는 선수들이 속공 때 파울을 의도적으로 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빈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A구단의 한 선수는 “연습경기 때는 U-파울이 많이 나왔다. 정규시즌 들어서는 다르다. 거의 불리지 않는다. 속공 때 파울을 해도 U-파울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지난시즌과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FIBA의 U-파울 적용을 상당 부분 반영한 KBL은 U-파울이 아닌 상황마저도 심판들이 이를 지적해 오심 논란이 일어날 정도다. 빈번하게 U파울이 불리는 KBL과 WKBL은 완전히 다른 모양새다. 남자프로농구 어느 구단의 스카우트는 “KBL과 WKBL이 같은 FIBA 룰을 사용하는데 판정은 다르다. 한 나라에서 같은 룰을 적용하고 있는데 판정은 다른 농구를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